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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업] “처음 춤췄다, 내겐 도전이었다”
이주현 사진 백종헌 2013-03-12

<터치 오브 라이트>의 실제 모델이자 주연배우인 황유시앙

그에게 음악이 없었다면, 이라는 가정을 해봤다. 그의 삶이 어땠을지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그에게 음악이 없었다면 우리는 <터치 오브 라이트>라는 좋은 영화를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터치 오브 라이트>는 대만의 시각장애 피아니스트 황유시앙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시나리오와 음악 작업에 참여한 황유시앙은 직접 자신의 캐릭터를 연기했다. 그의 이야기는 울림이 크다. 연기는 일품이고, 피아노 연주는 감동이다. 음악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터득한 황유시앙을 만났다.

-(악수를 청하며) 손으로 세상을 보는 이의 손은 어떤지 궁금했다. 손이 참 따뜻하다. =축축해서 실례가 안됐나 모르겠다. 앞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손으로 사람과 소통을 한다. 악수는 내게 상대방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고, 친구를 사귀고 친밀함을 나누는 한 방식이다.

-장영치 감독의 단편 <터널의 끝>(2008)을 장편으로 확장한 게 <터치 오브 라이트>다. 장영치 감독과는 어떻게 인연이 닿아 함께 영화 작업을 하게 됐나. =대만국립예술대학에 입학하면서 감독님을 알게 됐다. 감독님 역시 같은 대학에 다녔고, 대학원도 같이 진학했다. 그러다가 감독님이 먼저 내 얘기를 영화로 만들어보고 싶다고 제안했다. <터널의 끝>을 찍으면서 영화라는 매체를 경험하게 됐는데, 사실 내 얘기가 장편으로까지 만들어질 줄은 몰랐다.

-직접 본인을 연기했다. =아무래도 내 이야기니까 쉽게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최대한 마음을 담아서 연기하려고 했다. 감독님이나 편집기사님과는 7, 8년 알고 지낸 사이라, 내 연기가 이상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하지 않았다. 내 생각과 거의 비슷하게 영화가 만들어졌다고 믿는다.

-촬영하면서 특별히 힘들었던 장면이 있다면. =영화에 또 언제 출연할 수 있을지 모르잖나. 힘들게 얻은 기회이기 때문에 긍정적인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다. 힘든 건 특별히 없었고, 여주인공과 춤을 추는 장면이 재밌었다. 춤이란 걸 처음 춰봤다. 내겐 일종의 도전이었다.

-무용가가 꿈인 치에의 이야기가 영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실제로도 치에 같은 여자친구가 있나. =치에는 감독님과 상의해서 새롭게 만든 캐릭터다. 여자친구는 생각해본 적 없다. (웃음)

-극중에서 룸메이트가 어떤 여자를 좋아하냐고 묻자 ‘일단 목소리가 중요하다’고 대답한다. 목소리가 고우면 마음도 곱다고 생각하나. =가장 중요한 건 마음이다. 내면이 아름다운 사람이 좋다. 그게 최우선이고 그다음에 목소리가 좋은 사람을 선호한다.

-몇살 때 처음 피아노를 배웠나. =4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다. 중간중간 배우고 쉬기를 반복했다. 지금까지 20년쯤 피아노를 친 것 같다. 대학에선 복수전공으로 클라리넷을 배웠다.

-작곡도 하나. =즉흥적으로 음악이 떠오르면 녹음을 한다. 만약 녹음을 하지 못하면 그 음악은 그냥 사라지고 만다. 그래서 좀 안타깝다.

-어릴 때부터 모든 소리를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했다고. =지금도 카세트테이프를 이용해 녹음을 한다. 요즘엔 우울하거나 재미없을 때 친구들과의 대화를 녹음한다. 세상과의 소통을 위해 소리를 녹음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추억을 만들거나 기억하기 위해 녹음하는 일이 내겐 더 큰 의미를 지닌다.

-극중 당신의 어머니가 “너는 절대 그 손으로 안마를 하지 마라. 그 손으로 피아노를 쳐야 한다”고 말한다. 이 말은 실제로 어머니가 해준 말씀인가. =영화를 위해 만든 대사다. 중학교, 고등학교 다닐 때 학교에서 안마를 배웠다. ‘내 손은 안마를 위해 있는 게 아니고 피아노를 위해 있는 거다’라는 말을 많이 듣지만, 개인적으로는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안마를 해줄 때 기분이 좋다. 내가 그들의 피로를 풀어주는 거니까. 그들이 나로 인해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게 좋다.

-현재 전문 피아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건가. =대학을 졸업한 지 3년 반 정도 됐는데, 그동안 다큐멘터리나 광고, 영화의 음악작업을 해왔다. ‘전문’ 연주자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건 아니지만 연주회나 독주회를 종종 연다. <터치 오브 라이트>를 찍은 뒤엔 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연주회 제안을 하고 있다.

-인생의 꿈은 뭔가. =일단 내 마음에 드는 좋은 피아노를 한대 구입하는 거다. (웃음) 그다음엔 음악으로 사람들과 기쁨을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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