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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시가 오즈에 도착하기 전의 이야기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
송경원 2013-03-13

널리 알려진 동화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세월에 빛바래지 않고, 끊임없이 읽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의외로 디테일한 부분까지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점이다. 결말을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모두 알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동화가 가진 힘이다. 할리우드가 동화에 매혹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기실 많이 알지 못하는 이야기, 최근 할리우드에서 연달아 제작되는 동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들에는 그 빈칸을 채우고 싶은 욕망이 자리한다.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도 마찬가지다.

도로시가 아직 오즈에 도착하기 훨씬 전의 이야기. 위대한 사람이 되고 싶지만 실상은 하찮은 마술사에 불과한 오즈(제임스 프랭코)는 사기꾼 기질이 다분한 바람둥이다. 어느 날 회오리바람에 휩쓸려 마법의 땅 오즈에 도착한 그는 황금에 눈이 멀어 자신이 이 땅을 구원할 예언자라고 믿는 사람들을 상대로 사기를 친다. 그 와중에도 나쁜 마녀의 음모는 차근차근 진행된다. 그는 과연 빨간 마녀 테오도라(밀라 쿠니스), 녹색 마녀 에바노라(레이첼 바이스), 하얀 마녀 글린다(미셸 윌리엄스) 중 나쁜 마녀를 골라내어 오즈를 위기에서 구할 수 있을까.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은 평범한 마술사에 불과한 한 남자가 어떻게 에메랄드 성을 지배하는 위대한 오즈의 마법사가 되었을까 하는 궁금증에 대한 대답이다. 동시에 뮤지컬 <위키드>와는 다른 관점에서 오즈를 지배하는 마녀들의 사연을 들려준다. 하지만 동화의 프리퀄로서 이야기의 완성도는 뮤지컬 <위키드>보다 훨씬 못하다. 원작과의 개연성에 대한 강박이 독립된 영화로서의 서사를 짓누르고 매력적일 수 있었던 각 캐릭터들의 사연마저 기능적인 역할에 머문다. 화려한 이미지와 기발한 착상만으로 동화의 빈칸을 채우기엔 상상력이 한참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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