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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의 컬처 아일랜드] 네버 엔딩 <로미오와 줄리엣>

<트로미오와 줄리엣> <리턴 오브 더 리빙 데드3> 그리고 <웜바디스>

<트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오른쪽).

<트로미오와 줄리엣>의 트로미오.

조너선 레빈의 <웜바디스>는 좀비와 인간의 사랑을 다룬 이색적인 로맨틱코미디영화다. 적어도 대중영화의 범주에서는 참신해 보인다. 이 영화에서는 꽤 매력적인 좀비를 만나게 된다. 모델 출신의 배우 니콜라스 홀트는 창백하지만 잘생긴 좀비를 그럴싸하게 연기한다. 게다가 순수하고 배려심까지 갖추었으니, 여자가 혹할 만도 하다. 그러니 훈남 좀비가 전 남자친구의 뇌를 게걸스럽게 먹어버리는 것은 사랑의 장애물도 아니다. 어쨌든 이 유쾌한 로맨스물을 보니 두편의 영화가 떠오른다.

첫 번째 영화는 트로마사에서 만든 <트로미오와 줄리엣>이다. 어랏? 이 제목은… 그렇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노골적인 패러디다. <웜바디스>가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를 좀비물과 결합했듯이, <트로미오와 줄리엣>은 우리가 익히 아는 고전과 바즈 루어만의 영화를 엽기, 코믹, 섹스, 잔혹물로 재포장했다. 영화는 맨해튼을 배경으로 원수지간인 두 가문의 충돌과 트로미오와 줄리엣의 불꽃같은 사랑을 묘사한다. 트로마사의 영화답게 정상적인 이야기와 캐릭터는 없다. 줄리엣은 뜨거운 여자이고 남녀 아일랜드를 가리지 않는 양성애자며, 트로미오는 왕성한 성욕의 소유자로 야동을 틀어놓고 자위에 혼신의 힘을 다하는 찌질남이다. 유유상종이라고 정신나간 남녀가 만나 얼토당토않은 사랑에 빠지는데, 감정의 교류보다는 뼈와 살이 타는 원초적 본능에 충실하다. <트로미오와 줄리엣>의 재미는 형식과 소재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함에 있다. 트로마의 파격과 엽기 코드는 타협이 없다. 영화의 결말에 밝혀지는 놀라운 반전과 함께, 둘의 그래서 어쩌라고 식의 대응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웜바디스>가 로맨스에 장르물을 결합하되 대중영화로서의 선을 분명히 지킨 것과는 대조적이다.

다른 한편은 <리턴 오브 더 리빙 데드3>가 있다. <바탈리언3>란 엉뚱한 제목으로 국내에 알려진 이 영화는 좀비와 인간의 금기시된 사랑을 파워풀하게 보여준 역작이다. <웜바디스>와 달리 브라이언 유즈나 감독은 로맨스를 다루되 호러 장르의 색깔을 포기하지 않았다. 호러판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불릴 정도로 파격적인 사랑을 묘사한 영화는 <웜바디스>와는 정반대로 남녀의 역할이 다르다. 오토바이 사고로 목이 부러져 죽은 여자는 좀비가 된다. 하지만 남자친구는 그녀를 포기하지 않는다. 그의 사랑은 바다처럼 깊고 넓어서 절절한 순애보의 주인공이 되어 감동을 안겨준다. 물론 좀비로서의 식욕 본능과 차마 사랑하는 이를 먹을 순 없다는 사랑의 감정을 오가며 괴로워하는 여자의 입장도 애처롭긴 마찬가지다. 우연일까? 이 여자 좀비의 이름은 ‘줄리’로 <웜바디스>의 여주인공과 같다. <리턴 오브 더 리빙 데드3>를 오랜 시간 강렬한 기억으로 남게 만든 힘은, 호러와 로맨스의 적절한 균형과 더불어 줄리 캐릭터의 매력에 있다. 줄리는 좀비가 되면서 가학적인 피어싱에 몰입한다. 살아 있을 때도 인상이 강한데 좀비가 되면서 피부에 구멍을 내고 유리 조각을 박는 피어싱이 결합하자 섹시미가 폭발한다. 줄리를 연기한 멜린다 클라크는 역사상 가장 위험하고 섹시한 좀비를 탄생시켰다. <웜바디스>와 함께 이 두 영화를 같이 보면, 호러 장르가 얼마나 영리하게 시대 트렌드에 반응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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