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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의 컬처 아일랜드] 전신개조까지?

<아메리칸 메리>에서 성형문화의 공포를 느끼다

<아메리칸 메리>

최근 페이스북에 성형과 관련된 씁쓸한 내용이 올라왔다. 미국 대학의 고고학 교수가 수업시간에 한국에서 성행하는 성형수술을 예로 들면서, 먼 훗날 무덤을 발굴하면 엄청난 보형물이 나올 것이라고 언급한 내용이다. 그 교수가 수업시간에 그런 얘기를 했다는 건 신빙성이 없지만(출처가 없다), 성형수술이 일반화된 한국사회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해프닝이긴 하다. 강남에 가면 성형외과는 한집 건너 하나씩이란 표현이 딱 들어맞을 정도로 차고 넘친다. 과거엔 성형이 숨겨야 되는 치부였으나, 지금은 공공연히 성형을 인정하며 부추기는 분위기다. 성형을 통해 신데렐라가 된 연예인의 사례가 매체를 통해 널리 홍보되고, 일반인은 유행처럼 성형 대열에 앞다투어 참여한다.

이런 성형 열풍은 영화 소재로도 인기가 높아, 그동안 많은 수의 작품들이 만들어졌다. 2012년 젠 소스카와 실비아 소스카가 공동 각본과 연출을 한 <아메리칸 메리>는 극단적인 성형수술의 세계를 다룬다. 이 영화는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과 매력적인 캐릭터, 그로테스크한 수술장면들로 보는 이를 사로잡는다. <아메리칸 메리>는 현실적인 공간과 사건으로 시작해 장르영화의 영역으로 들어선다. 전도유망한 의대생 메리는 경제적으로 힘이 들어 밤업소 아르바이트 면접을 보러 갔다가 얼떨결에 크게 다친 한 남자를 수술하고 큰돈을 번다. 하지만 불법으로 이루어진 수술 행위를 걱정하는 메리는 공부에 전념하기로 한다. 어느 날 교수가 주관한 파티에 초대받은 메리는 약에 취해 성폭행을 당하고 뒷골목의 의사로 나선다.

<아메리칸 메리>에는 얼굴 성형수술의 수준을 넘어선 신체개조가 등장한다. 영화에서 메리에게 성형을 요구하는 고객은 모두 여자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현재의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나은 모습을 갈망한다. 다양한 부류의 직업을 가진 여자들은 한국과는 다른 방식으로 성형을 요구한다. 그들은 지금 트렌드를 좇지 않고 각자의 개성을 고집한다. 인형처럼 보이는 여자가 있는가 하면, 마네킹을 완벽한 모델로 여기는 한 여성은 젖가슴을 자르고 자궁을 막아버리는 극단적 수술을 행한다. 이들은 오직 자기만족을 위해서만 투자한다. 프러포즈를 하려던 남자는 마네킹처럼 변한 여자의 모습을 보고 절망하지만, 여자는 개의치 않는다. 타인의 시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한국의 사회적 분위기와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왜 이들은 주어진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지 않는 것일까? 얼마 전 개봉했던 <세션: 이 남자가 사랑하는 법>에서 주인공은 신체장애자였다. 그는 자신을 소중히 여기면서 행복한 삶을 살다 세상을 떠나며, 행복의 시작이 자기애에서 시작됨을 알렸다. <아메리칸 메리>에서 기형적인 신체변형 수술을 받은 이들이 행복한 삶을 살았는지는 알 수 없다. 아쉽지만 영화는 거기까지 진도를 나가진 않는다. <아메리칸 메리>를 만든 이들은 극중 자매로 등장한 젠 소스카와 실비아 소스카이다. 이들은 과거에 저예산 인디 호러영화를 통해 수업을 쌓았고, <아메리칸 메리>로 이름을 각인시켰다. 수술의 하이라이트는 메리를 강간한 교수에 대한 처단이다. 그는 실험대상으로서 상상도 할 수 없는 끔찍한 방법으로 신체개조를 당한다. 양악수술이 일반화 되어가고 있는 한국의 기형적인 사회적 분위기를 대할 때면, 미래의 성형문화가 궁금해진다. <아메리칸 메리>의 신체개조가 영화 속 일만은 아닐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