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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콜래트럴 데미지
2002-02-05

■ Story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평온한 나날을 보내던 LA의 소방관 고디 브루어(아놀드 슈워제네거)는 어느날 끔찍한 비극의 주인공이 된다. 콜롬비아영사관이 있는 빌딩 앞에서 브루어를 기다리던 아내와 아들이. 테러리스트가 장치한 폭탄이 터지는 바람에 '콜래트럴 데미지' (무고한 희생자)가 된 것이다. 조금 늦게 도착하여 상처를 입은 채 가족의 죽음을 지켜봐야 했던 브루어는 자신의 분노를 달랠 길을 찾는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콜롬비아의 게릴라와 협상을 준비하고 있고, 법인인 '울프'(클리프 커티스)는 이미 사라져버렸다. 브루어는 직접 응징하기로 결심하고, 콜롬비아로 떠난다. 정글을 헤매던 브루어는, 분노심만 남아 있는 울프에게 넌덜머리가 난 울프의 부인 셀레나 (프란체스카 네리)를 만난다. 한편 브루어가 콜롬비아로 들어간 것을 안 CIA 요원 브란트 (엘리아스 코티야스)는 그를 이용하여 울프의 조직을 일망타진할 계획을 세운다.■ Review 미국에 적대적인 테러리스트의 폭탄테러에 무고한 시민이 희생당하고, 분노한 희생자가의 가족은 직접 테러범을 처단한다. <콜래트럴 데미지>의 전제는 그 규모만 작을 뿐이지 9.11 테러와 마찬가지다. 미국에 나라와 가정을 유린당한 약소국의 지식인이 미국 대도시를 공격하고, 무고한 희생자들이 생겨난다. 지난해 9월 개봉예정이었던 <콜래트럴 데미지>가 연기된 이유는 그것이다. 오사마 빈 라덴의 대규모 테러와 닮았기 때문. <콜래트럴 데미지>는 브루어만이 아니라, 울프의 입장도 간략하게 설명해준다. 평범한 중산층 가장이었던 울프는 미군의 공격 와중에서 딸이 '무고한 희생자'가 되자 총을 들고 산으로 들어간 것이다. 울프는 미국을 공격하고, 다시 무고한 희생자가 생기고, 다시 그 희생자의 가족이 공격을 한다. 이 복수의 순환고리는 결코 끝나지 않는다. 그것이 현실이다. <콜래트럴 데미지>는 현실의 한 단면을 끌어내고, 거기에 오락영화다운 플롯과 결말을 덧붙인다. 그것만은 충실하다.

앤드루 데이비스의 데표작은 <해리슨 포드의 도망자>다. <언더 씨즈>도 수작이긴 하지만, 스티븐 시걸의 꺾고 던지는 무술이 아니었다면 약간 싱거웠을 것이다 평범한 의사가 살인 누명을 쓰고 쫓기는 <해리슨 포드의 도망자>에서 앤드루 데이비스는 절박한 도망자의 심리를 매끈하게 다듬어진 액션에 훌륭하게 실어냈다. <콜래트럴 데미지>도, 평범한 남자가 사악한 테러리스트를 쫒아가는 고난의 과정을 세련되게 잡아낸다. 만약 이 영화가 80년대에 만들어졌다면 아마도 <코만도> 같은 스타일로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테러범을 쫓아가 중화기로 박살내버리는 것. 그러나 이미 시대가 바뀌었다. 전쟁터의 영웅은 람보가 아니라, <불랙 호크 다운>의 이름없는 병사들이다. <콜래트럴 데미지>의 철두철미한 악당은 울프만이 아니라 CIA이기도 하고, 브루어는 '무고한' 사형(私刑)의 집행자일 뿐이다. 게다가 아놀드 슈워제네거는 더이상 두손에 M60을 들고 마구 갈겨대는 무적의 슈퍼히어로가 아니다. 그런 역을 감당하기에는 너무 나이가 많이 들었고, 앤드루 데이비스와 21세기가 원하는 '영웅' 역시 보통 사람들의 간절한 소원과 극한에 몰린 투쟁을 이겨내는 범인(凡人)이다.<콜래트럴 데미지>는 균형감각을 갖추려고 간혹 노력한다. 울프의 부인 셀레나는 브루어에게 테러의 이유를 말한다. 미국이 무고한 희생자를 만들었기 때문에, 희생자의 가족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그것밖에 없기 때문에, 그들의 '국가'가 대신 미국을 응징해주지 않기 때문에, 직접 무기를 든 것이다. 그것만은 진실이다. 하지만 <콜래트럴 데미지>는 오락영화로서의 본분을 잊지 않는다. 이 영화는 심각하게 선과 악의 물음을 던지지 않는다. 오히려 관객이 당연하게 울프에게 '적의'를 느낄 수 있는 조건들을 만들어놓는다.

울프는 콜롬비아의 테러리스트다. 만약 멕시코의 사파티스타(그들이라면 테러를 하지는 않겠지만)나니카라과, 칠레 같은 곳의 게릴라라면 사정이 다르다. 콜롬비아는 마약 조직의 최대 근거지로 악명 높은 곳이고, 게릴라들 역시 마약조직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비록 대의가 올바르다 해도, 그들은 마약을 미국에 침투시켜 미국인의생존을 위협하는 집단이다. 태생적으로 울프와 그의 조직은 미국인 전체가 적의를 느끼는 집단이다. 그리고 끊임없이 울프의 잔인함을 부각시킨다. 뱀을 이용한 최신 처형법이라든가, 희생자에 대한 싸늘한 태도 같은 것들.앤드루 데이비스는 한물간 아놀드 슈워제네거를 활용하여 그의 근육을 앞세우지 않고도 엎치락뒤치락하는 깔끔한 액션영화를 만들어냈다. 전체적인 흐름은 매끈하지만, 세부적인 개연성이 떨어지는 게 아쉽다. 반전을 미리 밝힐 수는 없지만, 하여튼 결말의 놀라운 반전을 위해서 전반부에 지나치게 복선을 까는 바람에 사실성은 좀 훼손된다. 앤드루 데이비스는 <퍼펙트 머더>에서 치밀한 스릴러가 자신의 스타일이 아님을 이미 증명했다. <콜래트럴 데미지>가 치밀한 복선과 반전을 중시하는 스릴러가 아니라, 몸으로 많은 구멍을 메우는 액션영화인 것이 다행이다.김봉석/영화평론가 lotusid@hanmail.net<콜래트럴 데미지>의 조연영웅 곁의 얼굴들

<콜래트럴 데미지>는 아놀드 슈워제네거 말고는 대부분 익숙한 얼굴이 아니다. 국적도 모두 다르고, 출세작도 거의 할리우드영화가 아니다. 울프의 '고뇌하는' 아내 셀레나 역의 프란체스카 네리는 이탈리아에서 태어났고 주로 유럽영화에 출연해왔다. 비가스 루나의 <룰루>, 카를로스 사우라의 <안나 이야기> 등으로 한국관객에게 션보였고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라이브 플래쉬>에도 나왔다. 리들리 스콧의 <한니발>에서 리날도 바지 형사의 부인 역을 맡으면서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지적이면서도 어딘가 관능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프란체스카 네리는 <콜래트럴 데미지>에서도 서로 다른 두개의 이미지를 능숙하게 연기해낸다. 하비 카이틀, 앤디 맥도웰과 함께 스릴러물 에 출연할 예정이다.냉혹하다 못해 야비하고, 추악한 CIA 요원 브란트를 연기한 엘리아스 코티야스는 캐나다 출신으로, 캐나다의 대표적 감독인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크래쉬>로 두각을 나타냈다. 자동차를 경배하는 광신자 집단을 이끄는 지도자로 나온 엘리아스 코티야스의 연기에서는 광기의 푸른 불꽃이 뿜어져나오는 것 같았다. 그뒤 <씬 레드 라인> <다크 엔젤> <가타카> <로스트 소울>에 출연했다. 정형적인 중남미 테러리스트로 보이는 울프 역의 클리프 커티스는 중남미나 스페인니 아니라 뉴질랜드 출신. 데뷔작은 제인 캠피온의 <피아노>다. 할리우드에 진출하여 <바이러스> <쓰리 킹즈> <인사이더> <트레이닝 데이> 등에 출연했다.콜롬비아의 게릴라들을 위해, 그리고 자신의 영달을 위해 마약을 생산하는 펠릭스 역으로는 <로미오와 줄리엣> <섬머 오브 샘> <물랑루즈> 등에서 독특한 연기를 보여준 존 레기자모가 나온다. 공교롭게도 존 레기자모의 고향은 콜롬비아의 보고타. 브루어가 콜롬비아의 감옥에 갇혔을 때 풍기문란죄로 잡혀오는 캐나다인으로는, 코언 형제의 영화에 단골로 출연해온 존 터투로가 잠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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