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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멸망과 인류 구원 <오블리비언>
송경원 2013-04-17

인류는 외계인의 침공에 맞서 승리했지만 핵을 사용한 대가로 지구는 죽음의 별이 되었다. 살아남은 인류는 타이탄으로 이주를 결정하고, 2077년 폐허가 된 지구상에 살아 있는 사람은 마지막 정찰병 잭 하퍼(톰 크루즈)와 그의 파트너 빅토리아(안드레아 라이즈보로)가 전부다. 두 사람의 임무는 지구에 남아 있는 외계인 잔당들로부터 발전탑을 지키고 있는 전투로봇 드론을 수리하고 관리하는 것. 2주 뒤면 임무를 마치고 귀환하기로 되어 있는 잭 하퍼의 눈앞에 어느 날 정체불명의 우주선이 추락한다. 잭은 그곳에서 자신도 기억하지 못하는 자신의 과거를 알고 있는 여인 줄리아(올가 쿠릴렌코)를 만나고, 이후 모든 것에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디스토피아적인 설정, 기억을 중심에 놓고 전개되는 이야기의 뼈대, 사실적이면서도 세련된 미래의 각종 아이템과 배경 같은 세부적인 부분까지 익숙하지 않은 것이 없다. 몇개의 대표적인 패턴을 중심으로 서로 영향을 받으며 세계관을 확장, 변형해나가는 SF 장르의 특수성을 감안한다고 해도 <오블리비언>이 펼쳐놓은 세계는 지나칠 정도로 안전하고 독창성이 결여되어 있다. 게다가 전 지구를 무대로 펼쳐지는 지구 멸망과 인류 구원의 이야기임에도 그 형식은 거대 서사가 아니다. 등장인물은 4명이 전부이고 주요 무대 역시 스카이타워, 탈것인 버블십, 비밀지하조직의 아지트 등 4∼5곳을 넘지 않으며, 이야기는 실상 소품에 가깝다. 참신한 설정에 기대기보다는 철학적인 질문 혹은 딜레마에 방점이 찍힌 B급 정서로 가득 차 있는 정통 SF라 할 만하다. 하지만 이 영화의 놀라운 점은 그럼에도 재현된 세계가 전혀 식상하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감독의 전작 <트론: 새로운 시작>과 마찬가지로 <오블리비언>의 핵심은 서사가 아닌 비주얼과 공간 구현에 있다. 단편과 CF 작업 시절부터 익히 증명된 조셉 코신스키 감독의 공간 구현 능력은 실로 혀를 내두를 만하다. 원작인 그래픽 노블 <오블리비언>의 공동 작가이기도 한 그가 그래픽 노블 단계부터 이미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화면을 구성했다고 밝힐 만큼 매 장면이 최적화되어 있다. 전 지구로 광활하게 펼쳐진 무대는 제한되고 축소된 표현으로 더욱 도드라지며 기대 이상의 시각적 만족감을 안겨주는 것이다. 일견 비어 있는 듯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꽉 찬 화면은 가히 실감의 영역에 다다른 상상력의 재현을 성취해낸다. 특히 비주얼리스트로서의 감각은 음악을 통해 그 정점을 찍는데 프랑스 출신 밴드 M83과 함께한 사운드는 평면적인 이야기에 생기를 부여한다. 매 장면이 새롭진 않아도 충분히 즐길 만하고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결말마저 납득하고 싶을 정도로 만족스런 표현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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