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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히어로의 정체성 <아이언맨3>
장영엽 2013-05-01

마블 히어로들의 거대한 축제였던 <어벤져스>는 아이언맨에게 중요한 과제를 남겼다. 뉴욕시에 생긴 거대한 웜홀을 통해 아이언맨은 범접할 수 없는 신의 영역을 엿봤다. ‘현대과학이 만든 슈퍼히어로’인 그로서는 자신조차 어찌할 수 없는 초월적인 힘에 압도되는 동시에 불안감을 느꼈을 것이다. 이러한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딜레마는 <아이언맨3>의 이야기를 한층 풍성하게 만든다. 영화는 불안 증세에 시달리며 광적으로 새로운 슈트를 만드는 데 집착하는 스타크의 모습을 조명하다가, 그의 힘의 원천이었던 슈트의 기능을 앗아가버린다. 아이언맨이 잠적한 도시는 <터미네이터>의 인조인간을 연상케 하는 강력한 적들의 차지다. 3편은 그야말로 <아이언맨> 시리즈 최대의 위기를 조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는 <아이언맨> 시리즈의 못내 아쉬운 여백이었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풀어놓을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줬다. <아이언맨3>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가 ‘정비공’(mechanic)이다. 잘못된 부분은 고치고 필요한 장비는 만들어내는, 정비공의 지극히 인간적인 능력을 빌려 <아이언맨3>는 슈퍼히어로 아이언맨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더불어 언제나 ‘원맨쇼’를 즐겼던 토니 스타크는 이번 시리즈에서 매력적인 조력자들의 도움을 확실히 받는다. 믿을 만한 비서이자 연인 페퍼(기네스 팰트로)와 ‘아이언 패트리어트’를 조종하는 로드 대령(돈 치들), 그리고 아이언맨이 불시착한 마을의 영특한 소년 할리(타이 심킨스)가 그들이다.

딜레마에 빠진 토니 스타크의 모습으로 시작해 정비공이 창조해낸 과학기술의 화려한 불꽃놀이로 끝맺는 <아이언맨3>는 마치 한 시즌을 끝맺는 드라마처럼 시리즈의 총정리 느낌이 강하다. 다시 돌아올 아이언맨은 예전 같지 않으리란 느낌을 강하게 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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