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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나면 다시 보자
이기준 사진 권영탕(사진) 2013-05-16

<천안함프로젝트> 감독 백승우

4월30일 국방부는 “영화 내용이 허위사실이거나 군의 명예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며 <천안함프로젝트>의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충분히 겁낼 만도 하다. 올해 전주에서 처음 소개된 백승우 감독의 <천안함프로젝트>는 망각 속으로 가라앉은 천안함 사건을 다시금 인양해 올리는 영화다. 사건의 발발 시점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천안함 침몰과 관련된 중요한 사건과 쟁점들을 담은 이 다큐멘터리로 백승우 감독은 지난 3년 동안 우리가 잊었던,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그 사건을 생생하게 되살려낸다.

-첫 장편으로 다큐멘터리를 찍었다. 완성한 소감이 어떤가. =예전에는 다큐멘터리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막상 해보니까 의외로 재밌었다. 극영화는 어떤 감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굉장히 치밀한 계획과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다큐는 한 인물이 그저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만 해도 진솔함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그런 것들을 캐치하는 짜릿함이 있다. 진짜를 담아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제작을 맡은 정지영 감독과의 호흡은 어땠나. =처음에 이 영화의 연출을 제안한 것도 감독님이셨다. 본인이 감독이어서 그런지, 별다른 터치를 안 하시더라. 친한 형처럼 편하게 작업을 도와주셔서 참 고마웠다. 감독님과는 <부러진 화살>에 현장편집 스탭으로 참여하면서 처음 뵙게 됐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어깨너머로 많이 배우고 있다.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이지만 과감하게 픽션의 요소를 채택하기도 한다. 실제 배우들을 기용하여 재연한 법정장면이 그 예다. 다큐멘터리로서는 위험할 수도 있는 선택인데. =천안함 사건의 조사위원이었던 신상철씨가 정부의 공식 발표에 이의를 제기한 뒤 전/현직 군 장성들로부터 무더기로 고소당했다. 재판 당시의 증인심문조서를 읽어봤는데 내가 영화를 통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거기 다 있더라. 그래서 법정장면에서는 무대 위의 의자만 남겨놓고 다 빼버렸다. 법정에서 인물들이 하는 말 그 자체가 미장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전문가들의 생생한 증언도 인상적이었다. =일부러 말을 자르지 않고 롱테이크를 썼다. 길게 이야기하는 장면을 일반적인 영상문법으로 자르려고 봤는데, 끊을 지점을 못 찾겠더라. 특히 (선박 구조 전문가인) 이종인 대표가 얘기하는 장면에는 그 말과 행동 속에 롱테이크가 가져야 할 구성요소들이 드라마틱하게 다 살아 있었다. 그래서 최대한 원래의 느낌을 살렸다.

-인터넷을 보면 이 영화에 대한 자료는 거의 전무하다. 그나마 조금 있는 기사들도 주류 및 보수 언론들의 일방적인 매도와 비방 일색이다. =내가 이 영화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도 바로 그 지점이다. 징병제도를 시행하는 나라에서 우리 모두와 무관할 수 없는 일인데, 정부와 언론의 일방적인 설명만 듣고 다들 의심하기를 멈춘다. ‘다른 이야기’를 용납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연해 있는 거다. 이 영화는 누가 잘못했느냐를 따지는 ‘범인찾기’가 아니다. 이 시대의 소통의 문제에 대해 묻는, 범인을 찾기 위한 올바르고 정당한 과정이 생략되어 있음을 일깨우는 영화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라 생각하나. =시간이 해결해주리라 믿는다. 지금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여러 전문가들이 천안함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조금씩 사회 분위기가 개방적인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다시 한번 이 문제를 공론화할 기회가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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