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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는 얻기는 어렵고 잃기는 쉽다
진행 이화정 정리 이기준 사진 최성열 2013-05-23

<씨네21> 창간 18주년 기념 토크쇼 2편: 김우형 촬영감독과 장성호 모팩 스튜디오 대표

▶ 카메라와 아버지

김우형(가운데)_어렸을 때부터 카메라를 많이 갖고 놀았다. 형이 카메라로 사진 찍는 것을 즐겨서 그 덕을 좀 본 셈인데, 당시로서는 드물게 8mm 영상 카메라도 있었다. 동네 친구들과 ‘폭력물’을 찍으며 재미를 붙였다. 영국의 인터내셔널 촬영스쿨을 졸업하고 난 뒤 메이킹 필름의 스탭으로 영화계에 입문했다. 장선우 감독의 <나쁜 영화> 촬영부를 거쳐 <거짓말>에서 처음 메인 카메라를 잡았다. 그 작품을 시작으로 어떻게 하다 보니 지금에까지 이르렀다. 일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항상 카메라를 옆에 두고 지내다보니 이렇게 된 것 같다.

장성호(오른쪽)_나도 나름대로의 히스토리가 있다. 아버지께서 국방영화 촬영감독이셨다. 총을 잘 쏴서 특등 사수로 임명됐을 때 원하는 부대로 배치해주겠다고 하니까 편해 보여서 촬영을 시켜달라고 하셨단다. 김우형 촬영감독처럼 프로가 되지는 못하셨다. 그래도 굉장한 시네필이셨다. TV는 못 보게 해도 영화와 뉴스는 허락해주셨다. 영화를 보면서도 그 작품의 영화사적 의미나 비하인드 스토리들을 설명해주셨다. 그때부터 흥미를 갖게 된 듯싶다. 거기에다 그림 그리는 것, 낙서하는 것도 아주 좋아했다. 그래서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한 뒤 동국대학교에서 영화를 공부했다. 처음에는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보려고 했는데, 몇달 밤을 꼬박 새워서 40초짜리 작품을 만들어보니 좀 허무하더라. (웃음) 때마침 유학 간 선배가 귀띔을 해줘서 컴퓨터그래픽을 접하게 됐다.

▶ <거짓말>과 <공동경비구역 JSA>에서의 도전

김우형_첫 작품 <거짓말>을 할 때만 해도 촬영감독조합의 일원이 아니었다. 그래서 내가 촬영감독이 되니까, 카메라를 수급하는 데 문제가 있었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인데, 협회원 보호 차원에서 비협회원은 카메라 장비를 빌릴 수 없다. 상황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에, 아예 이 참에 다른 방식으로 찍어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아주 가벼운 프랑스제 카메라를 대여해서 <거짓말> 전체를 핸드헬드로 촬영했다. “어떻게 하면 촬영감독이 될 수 있습니까?”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데, 그냥 하다보면 된다.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제일 흔한 경우는 원래 하던 사람이 해고돼서 “그냥 네가 해라” 해서 입봉하는 경우다. (웃음)

장성호_우리나라에서 CG가 갓 주목받기 시작할 때 <귀천도>와 <은행나무 침대>로 영화에 참여하게 됐다. 이후에는 영화 전반에 걸쳐 본격적으로 CG가 사용된 <화산고>의 시각효과를 담당하기도 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공동경비구역 JSA>를 할 때의 일이다. 주인공들이 한 사진 속에 다 담겨 있는 그 유명한 라스트신을 찍을 때였다. 누군가가 이미 그 장면의 아이디어를 제안했었는데 박찬욱 감독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이유로 채택하지 않았었다. 근데 내가 혼자 가만히 생각해보니 잘하면 가능할 것도 같더라. 그래서 방법을 찾아볼 테니 그 장면을 시도해보자고 했다. 지금으로서는 굉장히 단순한 작업이었지만 당시만 해도 쉽지 않았다. 컴퓨터의 용량이나 성능이 좋지 않아서 세 프레임만 렌더링해도 컴퓨터가 다운됐다. 그런 작업을 무수히 반복했다. 겨우 마무리지어서 우리끼리 테스트도 못해보고 주요 인사들이 다 참석한 내부시사에서 틀었다. 근데 그 마지막 장면이 끝나자마자 1초도 안 지나서 박 감독이 박수를 치더니 “이거다! 이대로 가면 돼!” 하더라. 그때 참 짜릿했다. 내가 이 영화의 예술적 성취도에 뭔가 기여하기는 했구나 싶다. 그 장면에 대한 평가들도 좋았고.

▶ 찍는 것과 그리는 것의 공생

김우형_나는 시각효과가 아주 중요한 파트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는 추세다. 가끔 현장에서는 CG팀이 오면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옳지 못한 처사다. 나는 CG팀이 촬영장에서 작업을 하기 좋게끔 배려하는 것이 최종 결과물에 좋다고 배웠고 또 그렇게 믿고 있다. 장성호 대표와는 중학교 동문이고 많은 작업을 함께했지만, 그런 친분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작업 때문에 현장에서 가장 좋은 자리를 내준다. 없어서는 안되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장성호_얼마 전 정부가 주최한 회의에 참석했는데, 거기서 참 희한한 소리를 들었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전부 CG로 만들었는데 아카데미상은 촬영감독이 받았다”고 그러더라. 개인적으로는 영화에 대한 이해도가 한참 떨어지는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촬영감독은 영상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를 총체적으로 통제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이다. 프로덕션 디자인, 의상, 조명, 시각효과 등등 카메라에 비치는 모든 부분을 관리해야 하는 핵심적인 역할이다. 촬영감독이 얼마나 뚜렷한 그림을 갖고 있느냐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때가 많다. 결국 최종 결과물이 좋으려면 감독과 촬영감독, 그리고 시각효과팀이 최대한 비슷한 장면을 예측하고 상상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김우형 감독과 매칭이 잘된다. 소통이 잘돼서 결과가 좋은 경우가 많았다. 친분은 물론 공적인 면에서도 가장 선호하고 존경하는 감독님이다.

▶ 준비하는 자에게만 꿈이 걸어온다

김우형_<택시 드라이버>의 촬영감독 마이클 채프먼의 말이 여전히 제일 가슴에 와닿는다. “영화를 촬영한다는 것은 산업 공정과 비슷하다. 기술적인 완벽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가끔씩 예술이 성취된다.” 즉 기술적인 것을 등한시한 채로 예술적인 것을 상상만 한다고 해서 좋은 장면을 만들 수 없다는 거지. 어떻게 하면 촬영감독이 되느냐. 여기에는 방법이 너무 많다. 바꿔 말해 정확한 방법이 없다는 말이다. 결국 ‘꿈은 이루어진다’는 것이 그런 말 아니겠나. 하고 싶으면 기회는 언젠가 온다. 하지만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그 기회는 지나가버린다. 스스로 조금씩이나마 준비를 하고 있다면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된다.

장성호_영화사의 걸작 100선을 뽑으면 CG 들어간 영화가 몇편 안된다. 하지만 흥행순위를 100위까지 뽑으면 거기에는 온통 CG가 들어간 영화들뿐이다. 시각효과는 영화의 작품성을 담보하지 않는다.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영화는 김우형 감독의 말처럼 늘 기술과 함께하는 매체였다. 기술을 통해서 작가의 비전과 상상력을 현실화한 것이 영화다. 때문에 영화감독이 될 사람이 기술적인 측면에서 떨어진다는 것은 분명한 약점이다. 훌륭한 작품을 만드는 데 있어서 기술적 이해도는 필수 불가결하다. 나 역시 왜 영화를 하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나는 그냥 영화하는 게 재밌다. 물고기가 물에서 사는 것처럼, 영화하는 사람은 그만큼 영화가 좋아야 한다. 즐거워야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영화를 하고 싶다면 자신이 그만큼 영화를 좋아하는지 곰곰이 생각을 해보는 게 좋겠다. 그 물음에 대하여 확고한 답변이 있어야만 끝까지 영화를 할 수 있다.

김우형 촬영감독

<돈의 맛>(2012) / <고지전>(2011) / <만추>(2010) / <오래된 정원>(2007) / <그때 그사람들>(2004) / <바람난 가족>(2003) / <거짓말>(1999) / <해피엔드>(1999)

장성호 모팩 스튜디오 대표

<늑대소년>(2012) / <건축학개론>(2012) / <해운대>(2009) / <M>(2007) / <형사 Duelist>(2005> / <2009 로스트 메모리즈>(2002) / <공동경비구역 JSA>(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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