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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톡] 좀 부럽다가, 화들짝 놀라다
이기준 사진 최성열 2013-05-23

CGV 무비꼴라쥬와 함께한 <춤추는 숲> 시네마톡 현장

성미산 마을에서 맥가이버로 불리는 강석필 감독(가운데)은 영화에 대한 이야기만큼 마을에 대한 이야기도 길게...

좋은 영화가 끝나면, 영화관의 관객은 다소간 공통된 감흥에 젖어들게 된다. <춤추는 숲>의 상영을 마친 5월15일 CGV대학로의 무비꼴라쥬관도 마찬가지였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성미산 마을을 마냥 부러워했을 관객은, 그 아름다운 풍경 아래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투쟁의 기록을 목격하고 놀라는 눈치였다. “한 집단이 각성하거나 변화하는 계기에는 물론 내적인 동력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외적인 충격과 자극을 받아 결집하게 된다. 성미산 마을도 두 차례의 외압을 겪으면서 점점 더 공고한 공동체가 됐다.” 시네마톡 행사에 참여한 강석필 감독은 성미산 마을 사람으로서, 또 영화의 감독으로서 현장에서 겪은 내밀한 이야기들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강석필 감독은 이 영화를 “성미산 마을 주민들이 모두 함께 찍은 영화”라고 소개했다. 다소 의례적이고 판에 박힌 말 같지만 이어진 감독의 설명을 들으니 수긍이 갔다. “나 혼자서는 절대 찍지 못했을 영화다. 무슨 일이 터지면, 현장에 달려가서 주변 사람들에게 카메라와 붐마이크를 떠넘겼다. 일이 심각해지면, 다른 사람이 카메라를 잡고 있는 것을 확인한 뒤에 직접 뛰어들어가 인부들과 드잡이를 했다. (웃음)” 하지만 강석필 감독이라고 보다 효과적인 연출에 대한 욕심이 없었을까. 그는 서서 타는 이륜차 세그웨이와 헬리캠까지 동원하는 ‘무리’를 했다. 아내인 홍형숙 감독 뒤에서 줄곧 제작을 도맡아 왔기에, 직접 멋진 장면을 연출해보고픈 욕구가 컸을 것이다. “미려한 화면에 대한 욕심은 없다. 하지만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위해 여러가지 방법들을 생각하긴 했다.”

그렇게 완성된 영화는 성미산의 명암을 인상적으로 담아냈다. 개성있는 성미산 사람들, 그리고 거대 자본을 상대로 그들이 벌인 투쟁의 기록을 따라가며 관객은 여러 가지 생각해볼 만한 문제들을 얻게 된다. “서울에 살면서부터 어디에 살아도 ‘우리 마을’이라고 느껴본 적이 없었다”고 말문을 연 부산국제영화제 남동철 프로그래머는 “그렇기 때문에 영화 속 성미산 마을과, 마을을 지키기 위한 주민들의 엄청난 노력이 놀라웠다”며 우호적인 평을 남겼다. 이화정 기자 역시 “예상과는 달리 합창단이 노래 부르는 장면에서 울컥했다”고 솔직담백하게 감상을 밝혔다. “원래 밝고 즐거운 마을이 자본에 의해 망가지는 것이 가슴 아팠다. 또한 영화에 등장하는 마을 사람들의 순수함과 열정이 참 감동적이었다.”

또한 이날 객석에는 성미산 마을의 주민들이 함께 참석해 보다 뜻깊은 자리를 만들었다. “영화의 내용보다는 길섶에 폈던 아카시아 향기, 골목길의 밤공기 등을 다시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소박한 평도 있었고, “마을 사람들은 선하게, 공무원들과 인부를 악하게 그린 것이 아닌가 싶어 못내 아쉽다”는 뼈아픈 촌평도 있었다. 영화처럼 오붓한 규모의 관객과 가진 화기애애한 시네마톡 행사는 평소보다 길게 진행된 뒤에 밤늦게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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