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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즐길 만한 디저트 <쉐프>
윤혜지 2013-05-29

요리영화의 미덕이란 보는 이의 입안에 절로 침이 고이게 만드는 시각적 자극일 것이다. 하나 <쉐프>는 눈을 홀리는 진수성찬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미니멀한 현대요리(분자미식학)의 장으로 관객을 안내한다. 특급 셰프인 알렉상드르(장 르노)는 “이런 건 요리가 아니”라며 혹평했지만 영화를 보고 난 관객이라면 맛보단 호기심에 분자요리를 즐기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전통적인 요리만을 고집하는 알렉상드르는 미슐랭 가이드에서도 인정한 전설적인 셰프. 더이상 올라갈 곳이 없는 그이지만,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해 버거워한다. 레스토랑의 젊은 사장 스타니실라는 고루한 알렉상드르의 요리를 못마땅해하고 레스토랑에서 그를 내쫓을 궁리에 여념이 없다. 한편, 요리 외길밖에 모르는 신인 요리사 자키(미카엘 윤)는 타협을 모르는 성격 탓에 번번이 식당에서 해고당한다. 자키의 재능과 센스를 알아본 알렉상드르는 자키를 조수 삼아 스타니실라의 위협에 맞서 레스토랑을 지킬 방도를 연구한다.

완고한 알렉상드르와 뻣뻣한 자키의 앙상블은 기대 이상으로 유쾌하다. 장 르노는 전례없는 코미디 연기를 보여주지만, 오히려 능청스럽게 자키를 연기한 미카엘 윤에게 더 눈길이 간다. 모닝쇼 코미디언으로 경력을 시작한 미카엘 윤은 영화 연출과 가수(메탈 바주카)도 겸하고 있는 다재다능한 배우. 코미디영화답게 폭소가 터지는 장면도 줄줄이 산재해 있고, 적재적소에 삽입된 음악은 영화에 감칠맛을 더한다. 특히 라이벌 요리사의 레스토랑에 잠입하는 신이 압권이다.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전개되는 후반부 서사가 당혹스럽기도 하지만 두 배우의 호연을 보고 있자면 그런 사소한 구멍쯤은 너그러이 눈감아주고 싶어진다. 극을 이끌어온 두 캐릭터의 노력에 비해 자못 싱거운 엔딩이지만 뭐 어떠랴. 소화불량 없이 가볍게 즐길 만한 디저트 같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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