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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보고] 아메리칸드림에 대한 경고다
안현진(LA 통신원) 2013-05-30

마이클 베이 신작 <노 페인 노 게인>의 주역들을 만나다

왼쪽부터 드웨인 존슨, 마크 월버그, 앤서니 매키.

켄 정.

때로는 현실이 상상을 넘어선다. 마이클 베이 감독이 초고속 액션과 블루스크린에서 잠시 해방되어 만든 <노 페인 노 게인>(원제 <Pain and Gain>)은 1990년대 마이애미 사우스비치에서 벌어진, 현실이라고 믿기 어려운 ‘선 짐 갱(Sun Gym Gang) 사건’에 바탕을 둔 영화다.

선 짐의 헬스트레이너이자 파트너인 대니얼 루고(마크 월버그)는 동기부여자 조니 우(켄 정)의 강연에 고무되어 자기만의 아메리칸드림을 실현하기로 결심한다. 더 많이 갖고 더 많이 누리고 더 존경받는 사람이 되겠다는 대니얼의 꿈은 아름다웠을지 몰라도 그 꿈의 실현을 위해 그가 세운 계획은 스테로이드 주사로 부풀린 그의 근육만큼이나 허황됐다. 대니얼은 열심히 노력하는 대신 쉽고 빠른 길을 선택한다. 늘 밉상이라고 생각해온 헬스장의 고객 빅터 커쇼(토니 샬룹)를 납치한 뒤 재산을 모두 양도하겠다는 서류에 억지로 서명하게 만들어 빅터의 어마어마한 재산을 빼앗는다. 대니얼은 빅터가 자신의 정체를 알아차리자 그의 목숨까지 빼앗으려 한다. 이 범죄극에는 대니얼의 헬스장 동료인 에이드리언 도어발(앤서니 매키)과 출소한 뒤 깨끗하게 살려는 전과자 폴 도일(드웨인 존슨)이 함께하는데, 몸을 키우는 데 전력을 다했을 뿐 머리를 채우는 데 힘써본 적이 없는 세 얼간이는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한다. 애초에 구멍이 숭숭 뚫린 계획인 데다 실행하는 자들의 지능이 따라주지 못하니 셋은 매번 잘못된 결정을 내리고, 그 결과 헤어나올 수 없는 지옥으로 한 걸음씩 걸어들어간다.

영화는 처음에는 블랙코미디로 시작하지만, 대니얼 일당의 헛발질이 계속될수록 어디서 웃어야 할지 알 수 없는 불편한 드라마로 탈바꿈한다. 마이클 베이 감독의 여느 영화들이 그러하듯 <노 페인 노 게인>은 상영시간이 길다. 그렇다고 장면들이 지루하게 늘어지는 건 아니다. 슬로모션과 빠른 카메라워크를 이용하는 베이표 액션은 경쾌하고, <나쁜 녀석들> 시리즈로 이미 익숙한 마이애미는 후덥지근한 공기마저도 아름답게 그려진다. 하지만 사건의 추한 본질과 실화라고 믿기 힘든 이야기 전개는, “고통이 없으면 얻는 것도 없다”라는 영화의 제목이 함축한, 아이러니한 삶의 교훈을 관객에게 되새김질시킨다. 2013년 4월11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사우스비치에서 열린 <노 페인 노 게인>의 기자회견에는 배우 마크 월버그, 드웨인 존슨, 토니 샬룹, 앤서니 매키, 켄 정 등과 감독 마이클 베이, 프로듀서, 그리고 실화를 소재로 1999년부터 2000년까지 <마이애미 뉴 타임스>에 기사를 연재했던 기자 피트 콜린스 등이 참석해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토니 샬룹(가운데).

블록버스터영화에 몰두했던 마이클 베이(왼쪽) 감독이 <나쁜 녀석들> 이후 오랜만에 코믹물로 돌아왔다.

-이 영화를 오랫동안 준비했다고 알고 있다. 어떤 점에 마음이 끌렸나. =마이클 베이_12년 전쯤 영화 속 이야기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기괴하고 동시에 웃긴 이야기였다. 나는 그 이야기에서 자기가 가진 것에 결코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발견했다. 그들은 자신이 가지지 못한 데 대해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정당화하려고 했다. 그 점에 대해 영화를 통해 사회적인 코멘트를 던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 영화에 참여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있나. =마크 월버그_모든 것이 다 마음에 들었다. 특히 마음엔 든 건 보디빌딩에 대한 부분이었다. 이건 미국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독특한 문화라고 생각했다. 거기서 시작되는 이야기라는 것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나 역시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하고 스스로를 절제하고 수련하는 데 매혹을 느껴왔고 지금까지도 쭉 생활로 함께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촬영하면서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는 걸 알아서 불편했던 장면이 있었나. =드웨인 존슨_인육을 바비큐로 굽는 장면이 그랬다. 그리고 그 장면은 꾸며낸 것이 아니다. 실제로 폴 도일은 시체를 처리하려고 바비큐 그릴에 인육을 올렸고, 창고 안에서 불을 피우면 위험하다고 생각해 공공장소인 대로변에 나와서 인육을 구웠다.

-주요 실존 인물은 아직 살아 있다. 그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볼 생각은 안 했나. =앤서니 매키_글쎄, 그건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다. 사형선고를 받은 이와 나눌 이야기가 뭐가 있을까? 게다가 내가 에이드리언 도어발에 대해 들은 이야기가 있는데, 형을 선고받기 직전에 화장실에서 준법률가와 섹스를 했다는 내용이었다. 그 이야기로 나는 에이드리언 도어발 캐릭터에 대해 충분히 짐작하고 상상할 수 있었다. 마크 월버그_사실 그런 생각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주변에서 만류해서 그만두었다.

-관객이 세 주인공을 어떻게 느끼길 바라나? 영화의 주인공이라면 관객의 동정과 지지를 받을 텐데, 이 영화에서는 그 결정이 쉽지 않다. =마이클 베이_나는 관객이 그에 대해서 고민했으면 좋겠다.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이 바로 그런 회색지대였다. 영화에서 세 남자는 한 남자를 납치하고 그가 가진 재산을 빼앗고 그 다음주에 집을 사고 결혼을 하고 사랑을 나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그들도 결국엔 사람이라는 말이다. 그 점에 초점을 맞춘 것이 이 영화를 차별화시킨다고 생각한다. 드웨인 존슨_내 생각에는 이 이야기는 정말 영리하게 쓰여졌다. 마이클의 관점을 나는 이렇게 이해했다. 영화 초반에 관객은 이 세 남자에게 동정을 느낀다. 세 남자의 여정에 동참하려 하고 호감도 갖는다. 하지만 영화는 금세 분위기를 바꾼다. 그때부터 관객의 고민이 시작된다.

-영화는 실화와 얼마나 흡사한가? 영화를 위해 꾸며낸 부분이 있나. =마이클 베이_실제로 일어난 그대로다. 다른 점이 있다면 빅터는 처음에 곧바로 경찰을 찾아가지 않았고 대니얼 일당과 협상하려고 했다. 또 실화에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연루되었고, 그 때문에 이 사건은 조직범죄로 분류되었다. 켄 정의 캐릭터도 물론 허구다.

-특별히 촬영하면서 힘들었던 장면이 있나. =토니 샬룹_영화의 매 순간이 내게는 도전이었다. 기억에 남는 몇몇 순간을 꼽아보자면 첫 번째는 세탁공장에서 거꾸로 매달려 고문받는 장면이었다. 나와 스턴트맨이 반반씩 매달렸는데, 두 시간 정도 매달리자 온몸이 아프고 먹은 것을 다 토해낼 지경이었다. 두 번째는 병원에서 말하는 장면을 촬영할 때다. 실감나게 하기 위해 마우스피스를 끼우고 철사로 혀를 고정했는데, 보다시피 촬영은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8시간을 그러고 났더니 혀가 너덜너덜해졌다. 사실 세 남자에게 계속해서 두들겨맞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웃음) 물론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려는 거였지만, 그 셋은 정말이지 힘이 너무 셌다. (웃음)

-영화가 어둡고, 코미디는 간접적으로 드러난다. 그 안에서 유일하게 코미디를 담당했다. 역할에 어떻게 접근했나? 애드리브는 얼마나 들어갔나. =켄 정_애드리브는 거의 없었다. 물론 마이클은 내가 애드리브를 즐긴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각본 자체가 애드리브가 필요하지 않을 만큼 탄탄했다. 이 이야기에서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이야기의 저변에 놓인 어둠이었다. 실화라는 사실이 더욱 놀라웠다. 너무 생생하고 유기적인 이야기라서 처음 이야기를 접했을 때 강한 인상을 받았다. 사실 이 영화는 미국 내에 만연한 아메리칸드림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영화는 우리가 지금 가진 것에 대해 보지 못하고 갖지 못한 것을 보는 잘못을 저지르지 말아야겠다는 교훈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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