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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보고] 일본에 간 울버린, 죽음의 그림자를 만나다

<더 울버린> 스페셜 영상 공개 그리고 휴 잭맨 인터뷰

“인생은 선물이다. 불멸은 저주다.”(Life is a gift, Immortality is a curse)

최근 공개한 <더 울버린>의 새로운 홍보 문구다. 7월25일 한국 개봉을 앞둔 <더 울버린>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지만 앞서 공개된 트레일러와 지난 5월2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기자들에게 공개된 15분가량의 영상으로 미루어 짐작했을 때, 불멸의 대가가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를 말하는 <더 울버린>의 홍보 문구는 이 영화의 핵심을 관통하는 말이 될 거다.

잠시 울버린의 과거를 떠올려보자. <엑스맨: 최후의 전쟁>에서 울버린(휴 잭맨)은 다크 피닉스로 변해버린 연인 진 그레이(팜케 얀센)를 자기 손으로 죽여야 했다. 그 자신이 지닌 불멸성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주지 못하고도 영원히 살아남아야 한다는 숙명은 오랫동안 울버린을 괴롭혀온 것으로 보인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더 울버린>의 주요 장면 시사회에서 가장 인상깊은 영상은 총에 맞은 상처가 치유되지 않아 점차 의식을 잃어가는 울버린의 모습이다. 어떤 계기로 그를 엑스맨 집단의 최강 캐릭터로 만든 치유와 재생 능력을 잃어버린 것일까. 스스로 고통스럽게 느끼던 영생의 삶을 살지 않는 것이 가능해진 울버린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더 울버린> 스페셜 영상의 또 다른 키워드는 ‘일본’이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이 영화는 1982년 크리스 클레어몬트와 프랭크 밀러가 사무라이를 주요 캐릭터로 내세워 발간한 동명의 코믹스에 기반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시기의 일본을 연상케 하는 시대를 배경으로, 로건(울버린)은 우물에 갇혀 있다. 그는 우연히 신겐(히로유키 사나다)이라는 일본군의 도움을 받아 풀려나게 되고, 근처에서 미사일이 폭발해 죽음의 위기에 처한 그를 자신의 재생 능력을 빌려 살려낸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캐나다에서 방랑 생활을 하던 로건은 유키오(릴라 후쿠시마)라는 여성을 만난다. 로건은 그녀를 통해 신겐이 그에게 과거의 일을 보답하길 원한다는 말을 듣는다. 일본으로 간 로건은 어떤 계기를 통해 울버린으로서의 치유 능력을 잃게 된다.

전통 가옥과 네온사인이 공존하는 일본의 모습, 사무라이들의 현란한 칼동작, 마치 야쿠자의 조직원처럼 날렵한 슈트를 입은 울버린/로건. <더 울버린>은 여러모로 변화를 기대하게 하는 <엑스맨> 시리즈의 스핀오프다. <아이덴티티> <나잇 & 데이>를 통해 스릴과 서스펜스를 다루는 재능이 있음을 입증한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이 영화가 이전 <엑스맨> 시리즈에 비해 훨씬 어두운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하며, 영감을 받은 영화로 <차이나타운>을 꼽은 바 있다. 울버린이 주인공인 <차이나타운>이라니!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나 어쩌면 이 영화는 누아르영화를 닮은 슈퍼히어로물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살아남는 쪽이 훨씬 더 불운하고 고독한, 그런 이야기 말이다. 다음은 같은 날 진행된 휴 잭맨과의 라운드 인터뷰이다.

‘물 밖에 던져진 고기’ 같은 심정 알려나

울버린/로건 역의 휴 잭맨

-원래 울버린은 <엑스맨> 팀 내에서 좀 독선적인 인물이다. 당신의 경우는 어떤가. <더 울버린>이 더 좋은가, 팀플레이를 해야 하는 <엑스맨>을 선호하나. <더 울버린>은 곧 개봉예정이고, 브라이언 싱어의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지금 촬영 중이라고 들었는데. =흥미로운 질문이다. 난 언제나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는 편이었는데, 나이가 들면 들수록 울버린의 모습에 더 가까워지는 것 같다. 홀로 있는 시간을 즐길 수 있게 되었고…. 하지만 <엑스맨> 세트장에서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정말 멋진 것 같다. 첫 영화 때만 해도 우리 모두가 긴장한 상태였고, 스튜디오에 이렇게 많은 배우들이 모였다는 데 대한 압박감도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아니다. 모두들 좀더 성숙해졌고, 이제 우리는 어떤 바에 가서 술을 마셨는지에 대한 대화가 아니라 아이들에 관한 얘기를 나누고 있다. 나는 브라이언 싱어에게 이 시리즈를 부활시킨 것에 대해 공을 돌리고 싶다. 그리고 (<엑스맨…> 시리즈에 새롭게 합류한) 제니퍼 로렌스, 마이클 파스빈더에겐 지금부터가 시작이겠지. 이 모든 것들이 내겐 신나는 경험이다.

-<더 울버린>을 준비하며 다시 몸을 만들어야 했을 것 같다. =이 영화에 걸맞은 몸을 6개월 안에 만들기로 제작진과 약속했다. 일주일에 다섯번씩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매일 유산소 운동을 했다. 하지만 운동이 몸 만들기의 30%라면 나머지 70%는 음식 섭취에 있었다. ‘168 다이어트’라고 해서 8시간 동안 음식을 먹고 16시간 동안 금식하는 생활을 반복했다.

-액션장면이 많다. 대개 직접 소화했나. =나이를 먹고 있지만, 할 수 있는 액션은 직접 한다. (웃음) <엑스맨> 1편에 등장한 장면을 혹시 기억하려나 모르겠다. 맞아서 길에서 굴러가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장면에서 카메라와 나와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 거의 부딪힐 뻔했고, 바닥에 세게 떨어진 일도 있었다. 이제 그 정도의 위험한 액션장면은 소화하지 못한다.

-이번 영화에서는 어떤 장면을 기대할 만한가. =우리는 일본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캔버스를 가졌기 때문에 액션장면을 연출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할 수 있었다. 신선하지만, 동시에 (출연하는 사람은) 기진맥진하게 되는 장면이랄까. 우선 ‘총알 기차’(bullet train) 장면을 기대하시라.

-일본에서의 촬영 경험은 어땠나. =<더 울버린>을 찍기 전부터 나는 일본에 간 울버린의 이야기가 언젠가 영화화됐으면 하고 바랐다(<더 울버린> 원작 코믹스를 읽은 휴 잭맨이 <엑스맨> 현장에서 프로듀서에게 이 영화의 제작 가능성을 물었다는 얘기가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인터뷰에서 전해진 적이 있다.-편집자). 실제로 우리는 일본에서 촬영을 진행했기 때문에 이전 시리즈에서 경험해보지 못했던 많은 감정을 느꼈다. 이번 영화에서 울버린은 마치 ‘물 밖에 던져진 고기’ 같은 상황에 놓이는데, 관객도 그가 느끼는 감정에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이번 영화는 불멸과 죽음에 대한 테마를 다루고 있다. 이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 =만약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살아간다면 무척 괴로울 것 같다. 우리가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안정되지 않을까. 언젠가 다른 사람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어렸을 때 종종 여행을 다녔는데, 그때마다 늘 이 순간이 끝나버릴까봐 두려웠다고. 하지만 여행이 절반 정도 지났을 때, 나는 ‘아, 빨리 일하러 돌아가야겠다. 나는 일을 해야 해’라고 생각했다. 즐거운 순간은 한순간이고, 어차피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순순히 받아들이니 여행이 끝날 때까지 즐겁게 지낼 수 있었다. 이런 식으로 평화롭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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