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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x cross] ‘그냥’ 부르는 노래의 온도가 좋다
이후경(영화평론가) 사진 오계옥 2013-07-01

첫 미니 앨범 ≪A Voice≫ 발표한 투개월의 김예림

‘투개월’이 아닌 그냥 ‘김예림’으로 돌아온 그녀는 무심함이 매력인 스무살 소녀였다. 특히 ‘그냥’이란 표현을 애용했다. 그런데 가만 보면 그녀의 ‘그냥’은 그냥 쓰는 단어가 아닌, 이런저런 뉘앙스로 분하기 직전의 잠재태에 가까웠다. <슈퍼스타K> 시즌3 이후 1년 반 만에 내놓은 그녀의 첫 미니 앨범 제목도 특정한 수식어에 묶여 있지 않은 ≪A Voice≫다. 하지만 그녀가 ‘그냥’ 부른 다섯 노래는 금세 각기 다른 서사와 온도와 리듬으로 듣는 이의 귀를 낚아챈다. 그러니 한편으로 저 제목은 다섯 가지 톤을 거뜬히 휘감아낸 ‘하나’의 목소리를 가리키는 것이기도 할 테다. 6월18일 쇼케이스 직후 만난 그녀의 목소리는, 이제 겨우 출발선을 통과했을 뿐임에도, 충분히 유연하고 또 단단했다.

-쇼케이스는 잘 치렀나. =이제야 앨범이 나온 게 실감이 났다. 무대에 서서 라이브로 내 노래를 부르고 나니까.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들이 쏟아져 나오는 걸 보면서, 좀더 빨리 세상에 나오고 싶지는 않았나. =지금 딱 결정해야 하는 것들이 우리의 향후 몇년을 좌우할 거라 생각하니 오래 고민하게 되더라. 지금도 어리지만 그때는 더 어렸고, 나도 대윤이도 결정의 시기가 그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

-‘미스틱89’ 윤종신 대표가 결정에 특별히 도움이 되는 말을 해줬나. 나름 투개월이 이런 음악을 했으면 좋겠다는 상을 갖고 있었다던데. =그전까진 아무 말씀 없으시다가 밥을 먹으면서 “우리 같이 해보자”며 어찌 보면 진지한 이야기를 그냥 서슴없이 건네는 모습에 오히려 믿음이 갔달까. 그게 어떤 심리였다고 설명은 못하겠지만. (웃음) 사실 대화 자체는 추상적이었는데, 그 안에서 종신 쌤(선생님)과 우리의 생각이 비슷하단 느낌을 충분히 받을 수 있었다.

-도대윤군이 고등학교 졸업을 위해 미국에 다녀오는 동안 홀로 데뷔를 하게 됐다. 수록곡 모두 20대 후반에서 40대 사이 남성 작곡가들에게 받은 곡임에도 가사는 모두 절묘하게 스무살 소녀 감성이더라. =작사에 참여를 한 것도 아니고, 실제로 내가 경험한 이야기는 하나도 없는데, 신기하게도 그렇게 됐다. 아마 <컬러링>은 조휴일님이 20대 초반일 때 썼던 곡이라 그분의 당시 감성이 지금 내 감성과 맞아떨어진 부분이 있는 것 같고, <All Right>은 종신 쌤이 평소 내 말투에 맞춰 써주신 곡이라 특히 그럴 거다. 다른 분들도 나를 떠올리며 곡을 써주셨다고 했다.

-그런데 또 곡마다 색깔이 다 다르니, 5명의 작곡가가 본 김예림이 다 달랐다는 뜻이다. 앨범 재킷만 봐도 한장 한장 얼굴이 다 다르다. =그런가? 나를 보는 관점이 다 다르긴 했다. 내 목소리에서 좋아해준 디테일도 다 달랐고. 그렇게 회의를 하다보니 객관적인 게 없더라. 그래서 나도 직관에 더 의존했던 것 같다.

-작곡가들도 굳이 통일된 디렉션을 주지 않았을 것 같다. =디렉션도 다들 자기 음악이랑 정말 비슷하더라. 그걸 색깔에 비유하자면, 신재평님은 초록색, 조휴일님은 채도가 높은 파란색, 규호 쌤은 하얀색, 종신 쌤은 빨간색, 정준일님은 짙은 회색 정도?

-그 색깔들을 김예림만의 방식으로 다시 칠해내는 과정도 필요했을 것이다. =난 그냥 내가 부르고 싶은 대로 부르면 됐다. (웃음) 그러면 쌤들이 뺄 것과 더할 것을 알려주셨다. 다행히 내 느낌을 많이 존중해주셔서 당장 해보고 싶은 건 다 해본 것 같다.

-첫 앨범에서 그런 도움과 자유를 누릴 수 있었던 것도 행운이다. =맞다. <넘버원>도 원래 가이드는 ‘페퍼톤스’답게 더 밝고 달콤한 톤이었는데, 나랑 대윤이가 부르니까 살짝 눌러지더라. 흐릿한 느낌도 들고. 그 온도를 오히려 좋아해주시니까, 내 목소리를 어떻게 곡에 맞출까보다 내 목소리 안에서 어떻게 다른 느낌을 내볼까를 고민하게 되더라.

-≪A Voice≫라는 앨범 제목도 여러 가지 목소리를 담았다는 의미라고. 나름 욕심을 부려본 건가. =워낙 쟁쟁한 뮤지션들이 참여해서 그렇게 보일 수도 있는데, 욕심낸 건 없다. 지금은 ‘내 색깔’이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모호한 채인 나를 그냥 보여주자는 게 우리의 생각이었다. 앨범 제목을 ‘어떤’(a) 목소리라고 지은 것도 그런 이유다. 내가 표현할 수 있는 범위에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려고 했다. 그동안 얼마나 발전했는가보다 지금 이 순간에만 할 수 있는 것들에 초점을 맞추려고 했고. 그러니까 이번 앨범은 그냥, 시작이란 걸 한 거다.

-각각의 곡에 담긴 목소리 중 ‘보통 사람’ 김예림의 것에 가장 가까운 목소리는 어느 것일까. =말투나 발음은 종신 쌤이 내게 딱 맞게 만들어주신 곡이라 그런지 lt;All Right>. 성격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가사를 보면 아직 내가 겪어본 일도 아니고 어찌 보면 심오한 내용인데, 의외로 그 감정이 쉽게 이해됐다.

-<슈퍼스타K> 시즌3 무대 위의 김예림은, 가수와 배우의 교집합을 새삼 느끼게 했다. 이번 앨범에서도 다양한 캐릭터를 오갈 줄 아는 배우의 ‘끼’ 같은 것이 느껴진다. =아직은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이야기를 상상해서 부르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가보다. 이번에도 가사 속으로 들어가 이 여자는 이럴 때 어떻게 했을까 생각하며 나를 많이 대입해봤다. 그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하게 되는 것들이 있는데, 그게 일종의 연기인 것도 같고.

-한편으로 김예림이 부른 노래는 단번에 알아차리게 할 만큼 뚜렷한 음색을 지녔다. 신인에게는 장점이자 한계일 것 같은데. =한계라고 생각해본 적은 한번도 없다. 오히려 내 목소리로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어서 좋다. 내 목소리가 아니면 못했을 음악도 있으니까.

-‘하고 싶은 음악’이라면. =이번 앨범도 그렇지만, 장르적으로 구분지어 말하기는 어렵다. 어떤 곡을 들었을 때 딱 오는 느낌이 있잖나. 아, 이건 이런 느낌이구나. 그 ‘이런’에 속하는 음악이랄까. 평소 장르 안 가리고 음악을 듣는 편인데, 각각의 장르에 대해 내가 좋아하는 느낌이 다 다르다. 그 느낌들을 계속 찾아나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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