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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스마 넘치는 중년배우 군단 <레드: 더 레전드>

느긋하게 박력있게. 캐릭터 확실한 중년배우들이 한데 모여 자신의 이미지를 마음껏 재탕하는 액션 첩보 <레드: 더 레전드>는 그런 호흡과 박자를 자랑한다. 1편에서 이미 그 연륜을 한껏 보여줬던 브루스 윌리스, 존 말코비치, 헬렌 릴리즈미렌 트리오에 더해 <양들의 침묵>의 앤서니 홉킨스, <마스크 오브 조로>의 캐서린 제타 존스, <지.아이.조>의 이병헌이 가세했다.

인물 관계는 거미줄처럼 얽혀 있으나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은 없다. 전직 CIA 최고 특수요원이었던 프랭크(브루스 윌리스)는 1편에서 얻은 여자친구 사라(메리 루이스 파커)와 여유롭게 노년을 즐기고 싶다. 하지만 냉전시대에 그가 담당한 적이 있는 베일리 박사(앤서니 홉킨스)의 살상무기 ‘밤 그림자’를 찾아 미/영/러 3국이 달려들면서, 그와 폭탄전문가 마빈(존 말코비치)은 쫓기는 신세가 된다. 여기에 CIA의 청부를 받은 한(이병헌)과 MI6의 빅토리아(헬렌 미렌), 러시아 정보부의 카자(캐서린 제타 존스)까지 얽혀든다.

초반부가 다소 산만하다. 특히 사라라는 인물이 프랭크와 마빈을 따라나서면서 전개에 제동이 걸린다. 관객을 대신해 그녀는 스릴 넘치는 모험에 평범하게 살아온 자신을 끼워달라고 고집을 부리는데, 결과적으로는 그녀 때문에 관객이 액셀과 브레이크를 번갈아 밟아야 한다. 거기에는 인물들을 소개하는 데 바쁜 나머지 전체적인 흐름을 따르지 못하는 편집도 한몫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장애물을 극복하고 중/후반부로 넘어가면, 자글자글한 주름과 처진 뱃살에도 카리스마 넘치는 중년배우 군단과 신 스틸러에 도전하는 이병헌의 유머감각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긴장을 버린 대신 웃음을 얻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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