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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문제를 그림책으로 펴내다 <그리고 싶은 것>
이주현 2013-08-14

“불쌍한 할머니에 관한 그림책 같은 건 만들고 싶지 않다.” 불행한 경험을 극복하고 새 삶을 살게 된 여성의 희망찬 이야기를 기대한 일본 출판사에 그림책 작가 권윤덕은 단호하게 대꾸한다. 권윤덕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문제로 확장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얘기하려 한다. 다큐멘터리 <그리고 싶은 것>은 권윤덕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여성이었던 심달연 할머니를 주인공으로 한 그림책 <꽃할머니>를 출간하기까지의 지난한 과정을 담는다. 2007년 ‘한•중•일 평화 그림책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권윤덕은 위안부 문제를 그림책으로 펴내기로 한다. 이 용기있는 작가를 두고 일본의 작가들은 지지를 표하면서도 우려를 숨기지 않는다. 한편 일본의 출판사인 동심사는 자국의 정치적 상황을 들먹이며 그림책 수정을 요구하고, 출간 역시 차일피일 미룬다.

권윤덕은 왜 그토록 위안부 문제에 천착하는 걸까. 이런 의문이 들 때쯤 영화는 성폭력 피해자였던 권윤덕의 고백을 들려준다. 그리고 <꽃할머니> 작업을 통해 자신의 분노를 조금씩 삭여간 작가의 붓끝에서 기적이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꽃할머니>를 접한 한국과 일본의 아이들은 전쟁의 끔찍함을 고스란히 체험하고,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이 샘솟자 ‘심달연 할머니께’로 시작하는 편지를 꾹꾹 눌러쓴다. 영화엔 또 <꽃할머니> 출간 기념회에 참석하기 전 심달연 할머니 댁에서 일본과 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이 모여 사진을 찍는 장면이 나온다. 한명이 먼저 울음을 터뜨리고, 그 울음은 금세 전염된다. 아파하는 마음과 위로하는 마음이 교차하는 순간을 비추는 이 장면은 이 영화의 압권이다. 그러니 <그리고 싶은 것>을 치유의 영화, 기적의 영화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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