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Report > 현지보고
[현지보고] “이 영화는 해피엔딩이다 그럼에도 무섭다”
안현진(LA 통신원) 2013-09-12

<쏘우>의 제임스 완 감독이 <컨저링>에서 1970년대로 돌아간 이유

<컨저링>

21세기 공포영화의 마스터, 라는 수식이 부끄럽지 않은 제임스 완 감독을 2013년 6월30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컨저링>의 인터내셔널 프레스 정킷에서 만났다. 국내에서 9월17일 개봉예정인 <컨저링>은 ‘귀신들린 집’과 ‘실화’라는 공포물의 단골 소재가 <쏘우> <데드 사일런스> <인시디어스>를 만든 감독 제임스 완을 만나 어떻게 새로운 활력을 얻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롭고 신선한 공포영화다. 2천만달러라는 (비교적) 단출한 제작비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블록버스터가 범람했던 2013년 여름 극장가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총기로 반짝이는 두눈과 시종일관 유지하는 유쾌함 덕분에 과연 이 남자가 <쏘우>를 시작한 사람이 맞는지를 의심하게 만들었던 제임스 완 감독과의 인터뷰를 전한다.

-<컨저링>은 1970년대를 시간적 배경으로 설정함으로써, <아미타빌 호러> <엑소시스트> 같은 호러영화의 걸작들과 유사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과거라는 시대적 배경이 공포영화 장르에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가. =글쎄, 그건 잘 모르겠다. 꼭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쏘우> <인시디어스> <데드 사일런스> 등 내가 만든 많은 영화들이 현대를 배경으로 한다. 그러나 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알 수 있겠지만, 나는 영화에 향수를 자극하는 요소를 넣는 것을 좋아한다. <데드 사일런스>는 현대물이지만 여러 면에서 고전 호러영화의 면모를 담으려고 노력했다. 1971년이라는 시간으로 돌아간 <컨저링>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나는 그 특정한 시대적 배경이 흥미로운 분위기를 더한다고 생각한다. 그 분위기라는 건 뭐랄까, 콕 집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실화에 근거하는 이 이야기에 진정성을 더한다. 나는 같은 걸 반복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전에 만든 현대물과는 다른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때 도움이 된 것이 바로 1971년이라는 시간적 배경이었다. 프로덕션 디자인부터 카메라워크까지 신경써야 할 것도 많았지만 그만큼 더 재미있었다.

-이 영화를 만들며 가장 큰 고충은 무엇이었나. =사건을 겪은 인물들이 실존해 있는 만큼, 그리고 실존한 사람들의 시선이 존재하는 만큼, 가능하면 그 모든 시선에 공정한, 진실에 가까운 영화를 만들겠다는 나만의 원칙이 고충이라면 고충이었다. 그리고 무서운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 그게 두 번째 고충이었다. 삐걱거리다가 쾅 하고 닫히는 문이랄지, 어디서 들려오는지 알 수 없는 소리 같은 고전 호러영화들의 전형적인 장치, 즉 호러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친숙해할 만한 장치를 재활용하면서도 효과적으로 공포감을 조성하는 것이 어려웠다. 하지만 말했다시피 나는 경험자들이 전하는 이야기에 충실하고 싶었으며 신선한 공포를 주고 싶다는 내 욕심을 채우려고 일어난 일을 바꿀 수는 없었다.

-촬영장에서 무언가를 느끼는 편인가? 미신에 대해 얼마나 민감한지 묻고 싶다. =어느 정도 민감하다고 생각한다. 촬영장에 사다리가 있으면 그 아래로 지나가지 않으려는 편이다. 믿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겁이 정말 많다. 운명을 거스르거나 장난을 걸 배짱 또한 없다. (겁이 많은데 공포영화를 줄줄이 만들지 않았나?) 그러게나 말이다. 아마 나는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 수 있는 기회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것 같다.

-가장 무섭다고 생각한 공포영화는 무엇인가. =글쎄, 내가 좋아하는 팝송이 뭐냐고 묻는 것과 똑같다. 무척 많다. 이렇게 이야기하자. <컨저링>을 만들기 위해서, 이야기가 놓인 특정한 시대적 요소를 영화에 불어넣고 싶어서 다시 찾아본 영화들이 있다. <레츠 스케어 제시카 투 데스>(1971), <쳐다보지 마라>(1973)가 그렇다. <아미타빌 호러>(1977)는 솔직히 다시 보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미 <컨저링>과 꽤 비슷한 영화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컨저링>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 공포영화는 <더 헌팅>(감독 로버트 와이즈,1963)이다.

<컨저링> 현장의 제임스 완 감독.

-당신이 말했다시피 이 영화에는 고전영화에 대한 오마주가 가득하다. 다음 영화를 만든다면 이런 클리셰들을 다 지우고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호러영화를 만드는 건 어떤가.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호러영화를 만든다는 것이 잘못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정말 많은 감독과 감독 지망생들이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호러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질문에 대답하자면, 누군가가 정말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방식으로 공포영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해볼 만한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컨저링>에서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없었던 이유는 이미 존재하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려고 노력했다. 이렇게 다시 말해보자. 나는 다른 재료를 가지고 같은 음식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어린 소녀들과 공포영화를 만든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배우들을 위한 특별한 배려나 접근방식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인시디어스>를 만들 때는 어려웠다. 아역배우가 너무 민감하게 연기에 몰입했기 때문에, 그 안에서 빠져나오도록 돕는 것이 큰 과제였다. 한데 <컨저링>의 소녀들은 겁이라고는 없는 아이들이었다. 물론 이미 프로의 자세를 갖추고 있기도 했다. 공포에 질려서 울거나 소리지르고 혼비백산하는 연기를 하다가도 내가 “컷”만 외치면 나를 보고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좌중 폭소) 오 마이 갓, 진짜 쿨하지 않나? 그 어린 나이에 영화 촬영 경험이 얼마나 많았을까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게다가 막내 에이프릴을 연기한 배우는 이 영화가 처음이었다. 그래서 내가 이런저런 연기지도를 하고 있으면 나를 빤히 보다가 “제 맘대로 하고 싶어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웃음) 귀여웠다.

-다른 공포영화가 서서히 공포를 쌓아가는 것과 다르게 <컨저링>은 처음부터 관객을 무섭게 만들고 시작한다. 영화의 속도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많이들 그렇게 이야기하는데, 내가 생각하는 <컨저링>의 속도감은 천천히 타들어가는 불꽃에 비유할 수 있다. 초반의 애너벨 인형 이야기는, 관객이 깜짝 놀라서 영화에 집중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기왕이면 놀라서 천장에 머리를 부딪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배치한 에피소드다. 워렌 부부를 소개하기에 좋은 에피소드라고 생각했다. (잠시 뜸을 들이다가) 갑자기 이 이야기가 하고 싶어졌다. 당신들이 기자들이니까 매끄럽게 이어주기를 바란다. 재미있는 점은, 이 영화에서 아무도 죽지 않는다는 거다. 피가 튀기지도 않는다. 그리고 이 영화는 해피엔딩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무서워한다. 그런 공포영화는 많지 않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다.

-최근 몇년간 만들어지는 공포영화를 보면 <쏘우>의 영향을 받은 영화가 많았다. <쏘우>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그런 영화들을 보면 스스로가 자랑스러운가. =지금의 나는 그렇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나는 고문포르노영화를 만든 사람이라는 딱지로부터 벗어나려고 부단히 노력해왔다. 그 딱지가 나를 조종하고 있는 것만 같아서 싫었다. 그렇기에 <쏘우>의 속편들을 연출하지 않았고, 고전호러영화와 유사한 방식으로 공포영화를 만드는 시도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10년이 지났고, 지금은 좀더 감사하는 마음으로 내가 만든 영화가 나를 어디에 이르게 했는지를 바라보게 되었다. 그거 아나? 요즘 사람들이 <쏘우>에 대해서 쓴 글을 읽어보면 향수에 젖어 있다. 이 시대에 영화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전진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차기작(<분노의 질주7>)이 공포영화가 아니라는 사실이 두렵지는 않은가. =아니다. 더이상 호러를 만들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안심이 될 정도다. <컨저링> <인시디어스2>가 나의 마지막 공포영화가 될 것이다. 언젠가 때가 되면 다시 돌아올 수도 있다.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