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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져나올 길 없는 어두움 <프리즈너스>
김보연 2013-10-02

<그을린 사랑>으로 주목받았던 드니 빌뇌브의 신작 <프리즈너스>는 아동 유괴극과 그로 인해 망가져가는 사람들을 그린다.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도버(휴 잭맨)와 버치(테렌스 하워드)는 자신들의 딸이 실종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린다. 곧바로 형사 로키(제이크 질렌홀)와 함께 존스(폴 다노)를 용의자로 지목하지만 그에게서는 어떤 증거도 찾을 수 없다. 하지만 여전히 존스를 범인으로 믿는 도버는 그를 납치해 고문을 시작하고, 로키는 이 사실을 모른 채 새로운 용의자를 쫓기 시작한다. 과연 이 둘의 서로 다른 행보는 어떤 결과를 낳을까.

<프리즈너스>는 뒤로 갈수록 이야기에 힘이 붙는 영화다. 제각기 다른 장소에서 벌어지는 각각의 사건들은 처음에는 아무런 연관이 없어 보이고, 그렇기 때문에 응집력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우직하게 제 갈 길을 걷던 사건들의 연관성이 점차 밝혀지면서 모든 이야기들은 뒤늦게 제 의미를 드러낸다. 그러나 그 과정은 장르의 쾌감을 주는 것이 아니라 직면하기 두려운 세상의 어두움을 드러낸다. 이 빠져나올 길 없는 어두움이 바로 <프리즈너스>의 핵심이다. 영화는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할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즉, 선한 사람이 승리하고 악한 사람이 처벌받을 때 발생하는 카타르시스는 찾기 어렵다는 말이다. 영화는 오히려 선과 악을 나눌 수 있다는 생각 자체에 질문을 던지며, 이 물음 속에서 하나의 사건은 필연적으로 또 다른 사건을 낳는다. 그 악순환 가운데 놓인 피해자의 상처는 절대 낫지 않고 오히려 약한 사람들이 더 큰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프리즈너스>는 이 세상의 지옥 같은 단면을 어둠 속에서 가만히 응시하며 여기에 과연 희망이 있는지 진지하게 묻는다. 그리고 그 질문이 손쉬운 봉합이나 냉소적인 체념보다 더 큰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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