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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연애편지 <뷰티풀 라이즈>
이화정 2013-10-16

12년이나 지났지만 오드리 토투 특유의 매력을 기술하자면 <아멜리에>를 빼고 갈 수 없다. 로맨틱멜로 장르에 출연한 그녀에게선 어쩔 수 없이 아멜리에의 그림자를 찾게 된다. 그런 점에서 <뷰티풀 라이즈>의 에밀리는 조금 나이 든 아멜리에에 가깝다. 아멜리에가 세상 모든 이들을 위해 ‘오지랖형’ 친절을 베풀었다면, 에밀리는 그 대상이 엄마다. 또, 아멜리아가 밝고 맑았다면 에밀리는 사랑에 대해 조금 회의적이라는 점이 아멜리에와의 차이라면 차이다.

프랑스의 바닷가 마을, 친구와 미용실을 공동 경영하는 에밀리(오드리 토투)에게는 골칫거리가 하나 있다. 외도한 남편과 별거 뒤 사랑을 잃은 엄마 매디(내털리 베이) 때문이다. 삶의 의욕을 잃은 엄마는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고 집에 콕 박혀 지낸다. 그런 그녀가 걱정된 나머지 에밀리는 자신이 받은 익명의 연애편지를 마치 엄마에게 온 것처럼 꾸며 보낸다. 에밀리에게 편지를 보낸 사람은 그녀를 짝사랑하는 미용실 직원 장(사미 부아질라)이다.

아멜리에의 찌그러진 철제 장난감 깡통처럼, 에밀리는 종이로 만든 아날로그 연애편지를 매개로 전령사가 된다. 그리고 영화의 원제처럼 ‘진실한 거짓말’(De vrais mensonges)을 시행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다. 딸의 거짓을 알아챈 엄마의 행동으로 모녀간의 전쟁은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진행되는데. 사랑을 잃은 여자와 사랑을 믿지 않는 여자 중 누가 승리할지를 지켜보게 만든다. 자극적인 설정에 흥미진진한 스토리지만 <뷰티풀 라이즈>는 오드리 토투를 기억하게 할 대표작이 될 수는 없다. 외도한 아빠가 있고, 지식인 남자에게 한번쯤 안 좋은 기억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에밀리가 사랑에 건조한 여자라고 보기에는 불충분해 보인다. 멜로영화 속 여주인공의 심리에 동화될 수 없는 한 설령 그녀가 마지막에 사랑을 쟁취한다고 해도 촉촉한 감상까지 얻는 건 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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