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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가 배우를 그린’ 작품 <톱스타>
주성철 2013-10-23

매니저 태식(엄태웅)은 최고의 톱스타 원준(김민준)의 매니저다. 그는 원준을 ‘형님’이라 부르며 우상처럼 여긴다. 하지만 태식의 오랜 꿈 역시 배우다. 그러던 어느 날, 원준이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를 내면서 소속사는 일대 위기에 몰린다. 그때 태식은 원준을 대신해 거짓 자수를 하고, 원준은 보답으로 자신이 주인공인 드라마의 작은 배역을 맡게 해준다. 간절히 바라왔던 배우의 꿈을 이루게 됨과 동시에 그의 인기는 올라가게 되고, 오랜 친구(이준혁)가 매니저로 그와 함께한다. 어느덧 태식은 원준의 자리를 위협하는 톱스타가 되고, 원준의 애인이자 드라마 제작자인 미나(소이현)까지 그에게 관심을 보인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는 그의 앞에 치매에 걸린 아버지(정규수)가 등장하고 한 연예부 기자(강성진)가 이를 기삿감으로 놓치지 않으려 한다. 위기에 빠진 태식은 톱스타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으려 위험한 선택을 하게 된다.

<톱스타>는 ‘배우 박중훈의 감독 데뷔작’이라는 컨셉이 작품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 ‘배우 출신 감독’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배우가 배우를 그린’ 작품이기 때문이다. 물론 데뷔작 <깜보>(1986)부터 혜성처럼 등장한 실제 스타 배우였던 그와 영화 속 태식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탐욕스런 또 다른 매니저, 드라마 녹화 분량을 내놓지 않으려는 촬영감독과의 갈등, 광고 계약과 시상식을 둘러싸고 배우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암투의 모습이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실제 있었던 일이겠지?’라고 연상할 수밖에 없는, 그러니까 ‘스타 박중훈’의 삶이 <톱스타>에 깊이 투영돼 있으리라는 선입견 때문이다. 감독 박중훈도 예상했겠지만 그것은 <톱스타>를 향한 대중이나 팬들의 기대를 채워주기도 하고 다소 그러지 못하기도 한다.

중요한 대목은 허구임이 명백해 보이는 또 다른 영화 속 선배 배우 김수로의 존재다. 그는 촬영현장과 시상식장마다 불쑥 튀어나와 주변 환경과 각본에 휘둘리지 않는 배우로서의 ‘본질’을 농담처럼 설파하고는 사라진다. 그런데 그는 ‘국민배우’라는 이름으로 실제 그대로 캐스팅한 것 같은 카메오 안성기와 절묘한 대구를 이룬다. 하나는 가짜임이 명백하고 또 다른 하나는 누가 봐도 진짜다. 안성기가 연기한 대선배 김경민은 태식에게 지나치게 에너지가 넘친다며 절제의 미덕을 얘기한다. 그렇게 박중훈은 영화의 안과 밖에서, 가짜와 진짜 모두를 등장시켜 태식을 압박한다. 연기야말로 바로 그 가짜(대본)와 진짜(현실)의 대결이 아닐까. 그래서 <톱스타>는 박중훈의 해묵은 회고나 정리가 아니라 오히려 (감독이 아닌 배우로서) 미래를 향한 다짐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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