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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인권 사각지대’ <어떤 시선>

<얼음강>

이미 여러 ‘시선’ 시리즈의 영화들을 관객에게 소개해왔던 국가인권위원회가 10번째로 기획, 제작한 작품인 <어떤 시선>은 <두한에게> <봉구는 배달중> 그리고 <얼음강>, 총 세편으로 이루어진 옴니버스영화다. 기획영화인 만큼 영화의 목표는 더할 나위 없이 명확하다. 게다가 세명의 젊은 감독들이 생각하는 우리 시대의 ‘인권 사각지대’를 하나씩 살펴보는 것은 꽤나 흥미로운 일이다.

먼저 박정범은 뇌병변 장애를 가진 소년 두한과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같은 반 친구 철웅의 우정을 담은 <두한에게>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두 가지의 ‘결여’(신체적 자유와 경제적 능력)가 각각의 방식으로 어떻게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그건 아무것도 갖지 못한 노인 봉구가 꼬마 행운이와의 짧고 우연한 만남을 통해 잠시 삶의 무게를 잊고 작은 기쁨을 경험하는 이야기를 담은 신아가·이상철의 <봉구는 배달중>에서 봉구가 겪는 일련의 에피소드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그리고 종교라는 소재의 민감한 특성 때문에 이제까지 극영화로 거의 다루어지지 않았던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의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를 다룬 민용근의 <얼음강>은 그 소재만으로도 우리가 이제까지 생각했던 ‘인권’ 문제의 폭을 한층 넓혀주었다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시도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세편 모두 다큐멘터리가 아닌 극영화만이 가질 수 있는 자유로움을 제한한 채 소재의 선택과 이에 따른 메시지 전달에만 몰입한 건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치열한 이슈들을 제기한 것과 다르게 이 문제를 우정이나 연민 혹은 가족애라는, 거부하기 힘든 감정에 기대어 풀어낸 점도 이 영화를 기존 인권영화들의 범주에 머물게 만든다. 그건 아마도 옴니버스라는 영화형식의 한계일 수도, 혹은 주어진 주제 안에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기획영화라는 제약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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