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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스코프] 아메리칸 몬스터 vs 코리안 몬스터
주성철 사진 장훈우 2013-11-01

부산국제영화제 오픈토크 ‘타란티노, 봉준호’ 현장

‘타구라’와 ‘봉구라’의 대결이라고나 할까, 할리우드와 충무로를 대표하는 두 영화광 입담꾼이 지난 10월11일 ‘오픈토크’로 만났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깜짝’ 부산 방문은 10월12일 폐막한 부산국제영화제 후반부의 예상치 못한 ‘반전’이었다. 10월7일 마카오에서 열린 제10회 화정상 시상식(화딩어워드)에 참석했던 그가 “내 영화들과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의 캐스팅 담당자였던 친구가 봉준호를 보러 부산에 가자고 해서 순전히 개인적으로 들른 것”이었다. 애초 부산국제영화제쪽에 “아무런 혜택을 제공해주지 않아도 좋으니 영화만 보게 해달라. 그리고 인터뷰나 기자회견 등 공식적인 행사는 일절 하지 않겠다”고 말한 그였지만 봉준호와의 오픈토크를 허락했고, 행사 당일 부산 영화의전당 야외무대를 가득 채운 인파를 보고는 잔뜩 상기된 얼굴이었다. 이미 두 사람은 전날 점심때부터 붙어다니며 장철 감독, 왕우 주연의 <외팔이>(1967)를 함께 봤고, 역시 부산을 찾은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과 만나기도 했다.

그처럼 1박2일을 함께한 때문인지 두 사람은 오픈토크 내내 ‘형 먼저, 아우 먼저’ 같은 느낌으로 서로를 칭찬하기 바빴다. 먼저 타란티노는 “<살인의 추억>을 보고 봉준호의 광팬이 됐다. 70년대 미국영화의 에너지가 느껴졌다. 그다음 본 <괴물> 또한 스필버그의 <죠스>를 떠올리게 했다. 공포와 유머가 조화를 이룬 걸작이었다”고 치켜세웠다. 이에 봉준호는 “실제로도 70년대 미국영화를 무척 좋아한다. 어려서부터 <AFKN>을 통해 본 할리우드영화들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며 “특히 내 영화에 항상 등장하는 변희봉은 <펄프 픽션>의 존 트래볼타나 <재키 브라운>의 팜 그리어처럼 옛 배우들을 훌륭하게 재발견하는 당신 영화의 영향이 컸다”고 고백했다.

장르 컨벤션을 비트는 재주에 남다른 솜씨를 과시해온 두 사람인 만큼 대화는 장르를 안주 삼아 끊임없이 이어졌다. 봉준호는 “할리우드적 장르 컨벤션이 한국에 와서 어떻게 논두렁에 구르며 흙탕물이 튀는지, 뉴욕이 아닌 한국에서 어떻게 변화되고 적용되는지 관심이 많다”며 “할리우드영화라면 과학자나 군인 혹은 액션스타가 괴물과 싸우겠지만 <괴물>은 바보 같은 가족들이 괴물과 사투를 벌이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에 타란티노는 “<괴물>의 불쌍하고 망가진 가족에 큰 감동을 받았다. 미국영화는 물론이고 세계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인물들이었다. 바로 거기서 몬스터영화를 재창조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봉준호는 곧장 “형님 영화의 캐릭터들도 정상은 아니”라며 맞받아쳤다. 이처럼 두 사람은 오랜 친구처럼 서로의 영화를 들었다 놨다 하며 유쾌한 대담을 이어갔다. 시간은 어느덧 예정된 1시간을 훌쩍 넘겼고 마지막으로 타란티노는 자신을 보러온 팬들을 향해 다짐했다. “난 아직도 영화를 배우는 학생이다. 내가 죽는 날이 바로 그 영화학교를 졸업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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