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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서울에서 ‘토르’ 찾기
김성훈 2013-11-04

<토르: 다크 월드> 직배사 월드디즈니컴패니 코리아와 CJ CGV의 부율 갈등

<토르: 다크 월드>가 CGV 서울 지역 26개 상영관을 제외한 채 개봉했다.

<토르: 다크 월드>가 CJ CGV 서울 지역 26개 상영관을 제외한 채 10월30일 개봉했다. 개봉 첫날 총 612개(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 스크린에서 개봉한 영화는 11만4천여명을 불러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로 출발했다. 하지만 CJ CGV 서울 지역 26개 상영관에서 틀 수 없었던 탓에 배급사인 월트디즈니컴패니 코리아(이하 디즈니)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을 스크린 수와 성적이다.

<토르: 다크 월드>를 CGV 서울 지역 상영관에서 볼 수 없는 이유는 외국영화 부율을 둘러싼 CGV와 디즈니간의 갈등 때문이다. 부율은 극장의 흥행수익을 극장과 배급사가 나눠 갖는 비율을 말한다. 얼마 전까지 한국영화 부율은 극장 50, 배급사 50이며, 외국영화 부율은 극장 40, 배급사 60이었다. 한국영화와 외화의 부율이 다른 이유가 있었다. 박정희 정권의 심각한 영화 검열과 지나친 시장 개입 정책으로 한국영화의 경쟁력이 약화되자 중간배급업자였던 지방 흥행사가 외화에 비해 낮은 부율을 감수하고서라도 한국영화를 극장에 걸려고 했고, 극장은 한국영화의 수익을 더 많이 챙겨가게 됐다. 스크린쿼터를 채우기 위해 관객이 들지 않는 한국영화를 틀어주는 극장에 보상해주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그렇게 정해진 한국영화 부율은 무려 30여년 동안 관행처럼 굳어져왔다가 CGV가 올해 7월1일 기존의 50 대 50에서 55(배급사) 대 45(극장)로 조정하면서 변경됐다. 그리고 CGV는 지난 9월1일부터 외화 부율을 한국영화의 그것과 비슷한 수준인 극장 50, 배급사 50으로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CGV 홍보팀 김대희 과장은 “한국영화의 극장 점유율이 외화보다 높은 상황에서 외화가 한국영화보다 수익을 더 많이 가져가는 것은 현재 영화산업에서 공평하지 못하다”며 “지난 5월 말부터 공문을 통해 외화 부율 조정안을 미리 알린 뒤 9월1일부터 조정안대로 시행하는 것”이라고 CGV가 외화 부율 조정을 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CGV의 외화 부율 조정안을 두고 디즈니는 “시장 파트너를 고려하지 않는 CGV의 일방적인 통보를 받아들일 수 없”어 <토르: 다크 월드>의 DCP(Digital Cinema Package, 디지털 프린트)를 주지 않기로 했다. 디즈니 장혜조 마케팅 부장은 “CGV는 5월부터 공문을 보내 부율 조정을 미리 알렸다지만 시장 파트너로서 충분한 대화나 협의를 하지 않은 결정”이라며 “디즈니가 DCP를 내주지 않은 게 아니라 내줄 수 없었다”고 <토르: 다크 월드>를 CGV의 서울 지역 상영관에 틀 수 없었던 이유를 밝혔다. 그는 “디즈니는 오픈 마인드다. 대화를 통해 이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 영화가 더 많은 관객을 만나는 게 중요하니까”라고 덧붙였다.

10월31일 현재 CGV와 디즈니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다른 직배사와 멀티플렉스사는 이번 사태를 조심스럽게 관망하고 있다. 현재 <그래비티>를 배급하고 있는 직배사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조건영 상무는 “외화 부율과 관련해 어떻게 해야 할지 신중하게 고민 중이다. 다만 이번 외화 부율 조정은 충분한 대화 없이 결정됐다는 점에서 아쉽다”라고 워너의 공식 입장을 내놓으면서 “이번 문제는 쉽게 해결될 것 같진 않다”고 말하며 해결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메가박스 브랜드팀 이용복씨는 “메가박스는 외화 부율과 관련한 어떠한 계획도 없다. CGV와 디즈니가 어떤 합의점을 찾을지 신중하게 지켜볼 뿐”이라고 말했다. 사실 외화 부율을 둘러싼 극장과 직배사간의 갈등은 한국영화가 급성장한 1990년대 후반부터 여러 차례 있었다. 그때마다 극장과 직배사는 30년간 계속된 관행이라는 높은 벽을 절감하며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CGV와 디즈니, 두 회사는 어떤 선택을 내릴까. 그 결과가 부율 조정을 둘러싼 갈등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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