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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자유를 갈구하다 <블랙가스펠>

‘흑인들의 송가’를 뜻하는 ‘블랙가스펠’은 가슴에서 우러나는 솔을 담은 종교적 노래다. 진짜 솔이 무엇인지 궁금해하던 동갑내기 배우 친구 정준, 양동근, 김유미는 뉴욕 할렘으로 건너가 본격적으로 흑인음악에 도전할 기회를 얻는다. 마약, 갱, 범죄의 소굴이 아니라 활력, 긍정, 솔로 충만한 할렘에서 이들은 본격적으로 콘서트 무대에 설 혹독한 트레이닝을 받는다. 노예제 시절 흑인들이 예배당 창문 너머로 들은 설교에 설움의 선율과 생의 리듬을 얹어 부르기 시작한 블랙가스펠에선 악보 없이 음만 익혀 부르거나 선창을 따라 합창하는 방식이 자연스럽다. 글자와 악보를 읽지 못하던 노예제 시절의 가창 방식이 남아 있는 것인데, 오히려 이 때문에 테크닉에 구애됨 없이 교감과 노래 본연의 경험에 흠뻑 빠질 수 있다. 한의 분출, 노래를 통한 신명이라는 점에서 블랙가스펠은 한국의 한의 민요들과도 제법 잘 어울린다.

영화는 혹독한 훈련을 통해 블랙가스펠을 배우는 한국계 합창단원이 성공적으로 콘서트 무대에 서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그 와중에 블랙가스펠의 근원지를 찾아가던 양동근은 영혼의 자유를 갈구하던 과거를 고백하며 자신만의 솔의 기원을 찾아가는 발견의 여정을 밟기도 한다. 이윽고 <어메이징 그레이스>와 <아리랑>이 뒤섞인 인상적인 합창과 말 그대로 솔 충만한 최후의 콘서트 장면에서 음악의 힘은 종교를 넘어서 그 자체로 압도적이다. 하지만 그 과정이 짜인 설정을 따라가고 있는 듯 작위적으로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영화의 초점이 흑인음악인 블랙가스펠에 놓인 것인지 아니면 음악을 통한 그 어떤 메시지의 전달에 있는 것인지도 미심쩍다. 감독이 어떠한 시각에서 현실을 통제하여 관객에게 제시하는가가 다큐멘터리 장르에서는 중요하다. 하지만 인격성이 뚜렷하지 않은 이 영화의 집단연출 체제는 영화의 실제 의도를 묻기 어렵게 만드는 책임방기의 시스템으로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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