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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제의 타이타닉’ <페어웰, 마이 퀸>

1789년 7월14일 혁명의 새벽, 전제 정치의 상징인 바스티유 감옥이 습격되고 귀족들의 영지는 습격당한다. 그렇지만 파리의 노호하는 소리와는 동떨어진 베르사유 궁은 다른 날과 동일한, 화려한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다이앤 크루거)에게 책읽어주는 역할을 맡은 하녀 시도니 라보르드(레아 세이두)는 다른 날과 같이 입궁 준비를 한다. 이야기는 시도니의 주관적 시점에서 시작된다. 왕비의 열렬한 추종자이기에, 그녀는 자신이 들은 왕비에 대한 나쁜 소문들을 믿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분위기는 급변한다. 귀족들과 하인들은 모두 성을 떠나려 하고, 마리는 숨겨둔 자신의 동성애인 가브리엘 폴리냑(비르지니 르도앵)을 보호하기 위해 시도니를 희생시키려고 마음먹는다.

브누아 자코의 필모그래피 중 절반인 열편은 소설 각색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영화 <페어웰, 마이 퀸> 역시 2002년 페미나 문학상 수상작인 샹탈 토마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했다. 그는 리허설을 싫어하는 연출 스타일로 유명한데, 시대극임에도 촬영은 비교적 빠르게 진행됐다고 한다. 베르사유 궁이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는 월요일과 밤 시간대를 이용해 촬영됐으며, 영화 속 소품들은 엄격하게 18세기 미술양식을 따라 재현됐다. 화려한 바로크풍 장식들이 아름다운 감상을 주는 영화다. 주인공 시도니 역할은 최고의 주가를 보이고 있는 레아 세이두가 맡았다. 역사극이지만 클리셰와 동떨어진 작품으로 완성된 데는 그녀의 공이 크다. 청바지가 어울리는 세이두의 기존 이미지가 영화를 더욱 현대적으로 완성시킨다. 마리 앙투아네트 역할로는 처음에 에바 그린이 언급되었지만 결국 다이앤 크루거로 낙점됐다. 앙투아네트가 오스트리아 출신인 것과 맞물려 크루거의 독일식 악센트가 매력적이라는 중평을 얻었다.

스토리는 딱 나흘간의 상황을 담는다. 역사적 사실을 상세히 나열하지 않는데, 특히 바스티유 감옥 사건은 귀족들의 입을 통해 오르내릴 뿐이다. 감독은 역사적 진술을 제외하고, 앙시앙 레짐과 현대 프랑스 정치 사이의 갑작스런 컷오프를 통해 역사를 압축해낸다. 주제를 이미지화하기 위해 ‘타이타닉 사건’이 참조됐다고 전해진다. <페어웰, 마이 퀸>을 한마디로 소개하면 ‘군주제의 타이타닉’쯤 될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박이 가라앉는다. 멈출 수 없는 몰락에 인물들은 공포에 떨고, 응축된 마지막 시간을 향해 감정은 극단적으로 치닫는다. 2012년 베를린영화제에서 처음 소개된 작품으로, 그해 루이 델뤽상 최고작품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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