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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모험의 시작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
김보연 2013-12-18

사악한 용 스마우그에게 빼앗긴 나라를 되찾으려는 빌보 배긴스(마틴 프리먼)와 난쟁이족 일행은 <호빗> 시리즈의 2편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에서 본격적으로 스마우그가 잠든 ‘외로운 산’을 향한 모험을 펼친다. 이들은 식인 거미에게 목숨을 잃을 뻔하기도 하고 엘프족에게 붙잡혀 감옥에 갇히기도 한다. 여기에 오크족까지 이들을 끈질기게 추격하며, 스마우그 또한 이들과의 대결을 기다리고 있다. 한편 빌보 일행과 다른 길을 택한 간달프(이안 매켈런)는 네크로맨서의 배후 세력과 마주쳐 큰 위기에 처한다. 과연 이들은 스마우그와 싸워 왕국을 되찾을 수 있을까.

전편에서 기본 설정을 거의 다 설명한 피터 잭슨 감독은 굳이 먼 길을 돌아가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빌보 일행과 간달프의 모험에 집중해 시퀀스마다 다양한 볼거리를 가득 채워넣었다. 그중 계곡에서 벌어지는 오크족과의 전투는 <호빗> 시리즈가 지향하는 바를 압축적으로 잘 보여준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달리 비교적 적은 인원이 한정된 공간에서 펼치는 다양한 액션에 집중해 웅장한 스펙터클보다 소규모 전투의 활기를 살리려는 것이다.

160분에 달하는 시간 동안 쉼 없는 모험을 빼곡하게 채워넣은 것에 비해 스릴과 박진감, 흥분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 일단 다양한 적들을 출연시켰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걸맞은 서사와 개성을 부여하지 못했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다. 특히 악역을 맡은 오크족은 그 흉악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단지 주인공들의 활약을 부각하는 장치로만 소비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아무리 떼를 지어 달려들어도 순식간에 드워프의 도끼와 엘프족의 화살에 죽어버리기 때문에 다양한 사망 방법을 선보이는 것 이상의 재미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또한 2편 최고의 악당인 스마우그 역시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그 뒤 단순한 대사와 공격을 반복하며 후반부 클라이맥스를 싱거운 숨바꼭질로 만들어버린다. 매 액션 시퀀스가 시작할 때마다 기대를 안겨주나 결국 단조로운 액션의 긴 반복으로 활기를 날려버리는 것이다.

물론 앞서 이야기한 계곡 전투 신 등 인상적인 장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는 사실 <틴틴: 유니콘호의 비밀>에서 피터 잭슨과 스티븐 스필버그가 보여줬던 것의 반복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긴 상영시간을 생각하면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의 밋밋함은 멋진 장면 한두 개로 만회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지금 피터 잭슨에게는 자기만의 드라마를 가진 캐릭터들의 집중력 있는 한판 승부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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