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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스코프] 무정부주의자 vs 테러리스트
장영엽 사진 최성열 2013-12-27

<해적: 바다로 간 산적> 현장공개

바다로 간 산적들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하 <해적>)의 현장공개가 열린 12월12일,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폭설이 내렸다. 남양주종합촬영소 주변의 적설량은 눈으로 어림잡아도 5cm 이상. 촬영소 안에서도 가장 높은 언덕배기에 위치한 <해적>의 야외세트에 닿기 위해 차량도, 사람도 조심 또 조심이다. 그러나 힘겹게 언덕을 오른 보람은 있었다. 세트장에 들어서자마자 거대한 배 두척이 시선을 압도한다. (바다 CG 작업을 위해) 상공 9m 위로 올려진 이 배들은 해양 블록버스터 <해적>의 중요한 무대가 될 전망이다. 150여명의 기자단이 배에 탑승하자, 사극 복장을 한 배우들이 하나둘씩 입장한다. “춥지 않으세요?” 누군가 이렇게 묻자, 배우 이경영이 답한다. “보통은 이것보다 두껍게 차려입는데, 오늘은 (분량이) 짧아서 얇게 입었어요.” 백발의 모히칸 헤어 스타일에 오른쪽 얼굴엔 문신이 가득한 이경영의 모습은 현장을 가득 채운 10여명의 배우들 가운데서도 가장 ‘튄’다. 다작의 베테랑 배우인 그도 “영화에서 내 모습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고 말할 정도로 파격적인 변화다. 이경영의 주변에는 사극 옷차림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김남길과 파란색 브리지 머리를 한 손예진, 머리를 동동 땋은 앳된 모습의 설리와 대머리 독수리를 연상케 하는 스님 옷차림의 박철민이 담소 중이다. 촬영이 시작되면 곧 목숨을 위협받을 참인데, 다들 배시시 웃으며 스탭들이 들고 있는 포승줄에 스스로 묶이는 모습이 유머러스하다.

이날 촬영분은 조선의 국새를 삼킨 귀신고래를 찾던 산적과 해적 무리가 잔인무도한 악당 소마에게 잡혀 ’고래밥’이 될 위기에 처하는 장면이었다. 배 뒤편에서 이 광경을 지켜봐야 했기에 대사를 직접 들을 수는 없었지만, <해적> 제작진이 공개한 시나리오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일개 산적이 대해적을 치는 건 예의에 어긋남을 몰랐느냐.”(소마/이경영) “정 그렇다면… 살려주십쇼.”(산적 장사정/김남길) “귀엽구나. (여월에게) 니년도 저리 빌어보아라.” “모르셨나. 해적의 마지막 길은 두 가지밖에 없다. 물고기 밥이 되든가 용이 되어 부활하든가.”(해적 여월/손예진) 산적과 해적이 어떻게 다른지 이들의 대화만 들어도 알겠다. 올해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이석훈 감독은 산적을 테러리스트에, 해적을 무정부주의자에 비유했다. 어딘가 삐딱하면서도 능글맞은 집단이 산적이라면, 그들만의 왕국을 유지하기 위해 군기가 바짝 잡힌 무리가 해적일 터. 이날의 현장공개는 너무나도 다른 이 두 집단의 화학작용을 더욱 궁금하게 만들었다. <댄싱퀸> 이석훈 감독의 첫 블록버스터영화 <해적>은 2014년 하반기 개봉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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