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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로 내몰린 아이들 <엔더스 게임>
김보연 2014-01-01

2086년, 지구는 외계인 포믹의 갑작스런 침공으로 1천만명 이상의 사상자를 내며 커다란 위기에 빠진다. 한 영웅의 희생으로 겨우 이들을 물리치지만 지구인들은 방심하지 않고 포믹의 2차 침공에 대비한다. 그런데 그 방법이 조금 특이하다. 예측할 수 없는 움직임을 보이는 포믹 함대에 맞서 더 유연하고 빠르게 싸우기 위해 십대 초반의 아이들을 군인으로 키우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한 훈련 프로그램에 탁월한 지능과 리더십을 갖춘 12살 소년 엔더(아사 버터필드)가 발탁돼 결국 지휘관을 뽑는 최종 시험에 임한다. 과연 엔더는 포믹과 싸워 지구를 지키고 외계인들의 정체를 밝힐 수 있을까.

<엑스맨 탄생: 울버린> 등을 연출한 개빈 후드가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엔더스 게임>은 단점이 많은 영화다. 복잡한 이야기 속에 진지한 메시지를 녹여낸 원작을 무리하게 축약해 영화로 옮겼기 때문일까. 엔더의 복합적인 갈등을 몇개의 장면만으로 너무 단순히 그렸다는 점, 어린 배우들이 극단적인 상황에 처한 군인 역할을 제대로 연기하지 못했다는 점, 해리슨 포드를 포함한 어른 배우들의 캐릭터가 해설자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점 등 이 영화는 헐거운 연출의 SF영화가 가질 수 있는 단점들을 골고루 보여준다.

그런데 바로 이러한 빈틈 많은 연출 때문에 <엔더스 게임>은 오히려 해석의 여지를 다양하게 열어놓는다. 아역배우들의 딱딱한 연기는 아이들이 목숨을 걸고 지구를 지켜야 한다는 비극적인 상황을 부각시키고, 종종 과하게 심각해지는 무거운 분위기는 아이들을 전쟁터로 내모는 어른들의 떳떳하지 못함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특히 결말부의 갑작스러운 전개는 그 과감한 비약 때문에 관객으로 하여금 상상의 나래를 펴게 만든다. 다시 말해 <엔더스 게임>은 영화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다양한 관점에서 뜯어볼 구석이 많은 흥미로운 텍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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