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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범의 모순된 부성애 <살인자>

<살인자>는 연쇄살인마의 엽기적인 살인 행각이 아니라 살인자와 그의 아들이 겪는 심리적 고뇌에 초점을 둔 스릴러다. 아버지가 살인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소년은 자신에게도 범죄자의 피가 흐르고 있는 건 아닐까 고민하고, 아버지는 아들에게 범죄 사실을 들킬까봐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른다. 아들은 실존적인 질문을 던지고, 아버지는 부성애의 딜레마에 빠지는 것이다. <살인자>는 연쇄살인마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기존 한국 스릴러와 차별되는 주제를 다룬다는 장점이 있지만, 평행으로 달리는 두 줄기의 이야기를 매끄럽게 봉합하지는 못했다.

주협(마동석)은 외도하는 아내를 살해하고 신분을 숨긴 채 시골 마을에 숨어 산다. 주협의 아들 용호(안도규)는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지만 아버지에게 내색하지 않고 혼자 견뎌낸다. 불안해 보이지만 별 탈 없이 지내던 주협과 용호의 삶에 균열을 불러일으키는 존재는 서울에서 전학 온 지수(김현수)라는 여자아이다. 용호는 자신처럼 외톨이인 지수에게 마음이 끌린다. 엄마(김혜나)와 단둘이 시골로 내려온 지수는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상처를 안고 있다. 용호와 지수는 조금씩 가까워지는데, 둘의 관계가 발전될수록 지수가 주협의 정체를 눈치채게 된다. 주협은 아들이 비밀을 알게 될까 두려워하다 점차 광기를 드러내고 부자관계는 파국을 향해 나아간다.

이기욱 감독은 2006년부터 2008년까지 경기 서남부 일대에서 여성을 연쇄납치살인한 강호순 사건에서 연쇄살인범의 모순된 부성애라는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살인자>는 아버지와 아들 양쪽에 포커스를 맞추려다 보니 오히려 주제를 파고드는 심도가 떨어진 것 같다. 아버지와 아들 중 한쪽은 근경으로 다른 쪽은 원경으로 배치했다면 더 힘 있는 이야기가 되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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