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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 여학생 성폭행 사건 <들개들>

삼류 신문기자 소유준(김정훈)은 불륜 상대이던 직장 선배 와이프에게 이별을 통보받는다. 도박 빚까지 안고 있던 그는 벼랑 끝에 몰린 심정으로 강원도로 취재 간 직장 선배를 찾아 떠난다. 하지만 도착한 마을 어디에도 선배의 흔적이 없고 평범한 농부처럼 보이는 주민들은 뭔가 미심쩍다. 선배가 보낸 사진을 단서로 사건을 파헤치던 그는 주민들이 지속적인 성폭행을 공모해왔음을 알게 된다. 그는 이제 선택의 귀로에 선다. 안전하게 돌아가 쓰레기 같은 삶을 지속할 것인가, 짐승같이 야비한 어른들에게서 소녀를 구해낼 것인가.

불편, 잔혹, 진실, 복수 등 최근 한국 스릴러영화의 클리셰는 다 모였다. 액션영화의 공식처럼 되어버린 세 글자형 제목도 익숙하다. 소재는 이미 언론을 통해 잘 알려진 지적장애 여학생 성폭행 사건이다. 불륜과 도박에 빠졌던 삼류 신문기자가 진실에 다가가며 성장한다는 서사적 패턴에도 새로울 게 없다. 주인공은 영화판에서 아직 검증되지 않은 꽃미남형 배우이다. 대체로 평이하며 예측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들개들>엔 뭔가 있다. 영화는 치장이 적고 담백하다. 흥행을 위해 성과 폭력의 수위가 조절됐다는 인상이 들지 않는다. 설정에도 비교적 작위성이 적다. 고립된 산골 마을, 한정된 커뮤니티, 작은 악덕이 거대하고 본질적인 사악함과 맞선다는 원형적 대결구도는 규모에 맞게 산뜻하다. 신문기자를 주인공으로 하였으므로, 그가 사제 총과 농기구로 무장한 노인들에 맞서 ‘어설픈’ 생존형 액션을 펼친다는 설정도 자연스럽다. 소규모 농촌 공동체의 권력관계를 잘 살려냈기에 영화 연기에 익숙지 않을 주인공까지 그 안에 잘 녹아든다. 수동적 피해자의 입장이었던 은희(차지헌)가 약점을 극복한 뒤 과감히 행동하기 시작할 땐 통쾌함마저 느껴진다. 사회의 취약 계층에 대한 힘 있는 자들의 폭력을 문제 삼은 영화의 드러난 주제와 함께, 묘하게 이 영화가 제기하는 문제는 한국 사회의 마초이즘과 세대 문제다. 그런 점에서 도덕적 무감각에 빠진 젊은이와 성차적 폭력을 내성화한 장/노년층이 맞선다는 사실은 시사적이다. <이끼>를 위시하여 이러한 대립구도가 한국 스릴러에서 하나의 하위 장르가 돼버린 듯한데, 우리 사회가 짊어진 난제와 얽혀 있기 때문이리라. 다만 농촌 내지 폐쇄적 도서 지방을 야생적 악의 온상으로 만드는 방식에는 공정치 못한 혐의가 있다. 보수적 농촌 노인 대 전향적으로 발전 가능한 도시 청년이라는 이분법에서라면 처음부터 윤리적 승패가 결정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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