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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예술품 강탈극 <모뉴먼츠 맨: 세기의 작전>
김보연 2014-02-26

귀중한 예술품을 지키기 위해 사람의 생명을 희생하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2차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 나치는 유럽 각국의 예술품들을 약탈해 ‘총통 박물관’을 지으려 한다. 이 사태를 심각하게 여긴 미국의 역사학자 프랭크(조지 클루니)는 독일군이 숨긴 예술품을 되찾아오기 위해 ‘모뉴먼츠 맨’을 구성한다. 그렇게 참전하기에는 나이가 많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이던 예술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임무를 개시한다. 하지만 패색이 짙어지자 나치는 예술품을 모두 파괴해버리려 하고, 연합군은 전쟁에만 신경 쓰느라 예술품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위대한 작품들이 불타고 있지만 손을 쓸 수조차 없는 것이다.

조지 클루니가 제작하고 연출을 맡았으며 주연까지 겸한 <모뉴먼츠 맨: 세기의 작전>은 2차대전 당시 실제 활약했던 특수부대 이야기를 영화화했다. 미켈란젤로의 작품을 지키기 위해서 목숨까지 바쳤던 용감한 사람들의 활약상을 그린 것이다. 여기서 가장 도드라지는 것은 이들을 향한 조지 클루니의 존경심이다. 영화는 이들의 행동이 얼마나 숭고한 것인지, 그리고 이들의 희생이 어떤 소중한 결실을 낳았는지 꾹꾹 눌러 강조하며 감동적인 순간을 만들어낸다. 이를 위해 영화는 주인공들을 거의 영웅에 가까운 흠 없는 캐릭터들로 묘사하고, 시니컬한 조롱이 섞인 비판은 예술품을 소중하게 다루지 않았던 나치와 러시아군을 향한다. 그러니 선과 악의 대결을 통해 오히려 그 사이에 놓인 회색 지대를 부각시키곤 했던 조지 클루니 특유의 시선은 적어도 이 영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즉 모뉴먼츠 맨은 훌륭한 신념을 실천했던 영웅이고 나머지는 예술의 소중함도 모르는 비정한 악당인 것이다.

이렇게 정답을 처음부터 정해놓고 시작했으니 결과적으로 영화가 지루해지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아니, 다르게 말하면 조지 클루니는 처음부터 이 영화를 ‘재미있게’ 만들 생각이 없었던 것처럼 보인다. 전쟁의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예술품 강탈극이란 흥미로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영화는 굳이 장르적 재미를 좇지 않고, 대신 그 빈 시간에 부대원의 희생과 사라져간 예술품에 대한 안타까움을 한번이라도 더 이야기하려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관객의 적극적인 판단을 요구한다. <모뉴먼츠 맨: 세기의 작전>을 교훈 가득한 감동적 위인전으로 볼지 아니면 비슷한 에피소드를 느슨하게 반복하는 심심한 모험영화로 볼지 말이다. 물론 그 답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신나고 유쾌한 전쟁모험영화를 기대했던 관객이 실망하리란 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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