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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스코프] 새가 되어 날으리
정예찬 사진 오계옥 2014-02-28

신연식 감독의 첫 판타지영화 <조류인간> 촬영현장

오전 촬영은 김정석의 딸 방에서 진행됐다. “찍기는 조금 불편해도 리얼리티를 살리기에는 최적의 공간 아닌가요? (웃음)” 딸에게 화를 내는 정석과 아무 말 없는 빛나의 뒷모습.

김정석에게 촬영 장면의 감정을 자세하게 설명하는 신연식 감독(오른쪽). 이 둘은 지금까지 <페어러브> <러시안 소설> <배우는 배우다> 등 세편의 영화를 함께했다.

아내 한비 역은 <7번방의 선물>에서 예승(갈소원)의 담임 선생님으로 출연했던 배우 정한비가 맡았다. 신 감독의 딸 신지소도 아빠의 디렉팅을 받아 연기를 펼치고 있는 중이다.

답답한 마음에 담배를 피우러 나가는 정석. 자신이 새라고 말하는 아내의 고백에 놀란 표정이다.

“저희 집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조류인간> 촬영현장에 도착하니 집주인 겸 주연배우 김정석이 인사를 건넨다. 실제 집이라는 공간이 주는 온기 때문일까. 25명쯤 되는 스탭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모습은 명절을 맞아 한자리에 모인 대가족을 연상케 했다. “다음 작품으로 단편 연출한다면서?”, “이번에 새 작품 들어가는데 같이 할래?” 서로 안부를 묻고 챙겨주는 모습도 영락없는 한가족이다.

<조류인간>은 새가 될 것이라며 집을 나간 아내와 그 아내를 15년 동안 찾아다니는 남편의 이야기다. 촬영은 신연식 감독과 모든 작품을 함께해온 최용진 촬영감독이 맡았다. 신 감독의 첫 판타지영화라는 점에서 어떤 식으로 화면을 구성하는지 궁금해하자 최 감독은 “<조류인간>은 <러시안 소설>(2012)에서 주인공 신효가 썼던 소설 중 한편이다. <러시안 소설> 전반부의 톤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라고 귀띔해주었다. 이에 신 감독이 덧붙여 설명했다. “극중 신효라면 이런 스타일의 글을 썼을 것이라 생각하며 써내려간 시나리오다. 걱정은 말라. 전보다 100배는 대중적인 영화다. (웃음)”

오전 촬영은 정석(김정석)이 딸 빛나(이빛나)에게 화를 내는 장면으로 시작했다. 촬영 전 리허설을 지켜보던 신연식 감독은 주연배우뿐만 아니라 조/단역 배우들에게도 그들이 처한 상황과 과거를 꼼꼼하게 짚어주며 현재 왜 이런 반응과 대사가 필요한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본 촬영에 들어가자 특별한 문제가 없는 이상 대부분 한두 테이크 안에 오케이 사인을 내린다. 촬영 전에는 작은 움직임부터 시선의 방향까지 지정하며 섬세한 디렉팅을 내리던 그가 촬영이 시작된 뒤부터는 배우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모습이 대조적이었다. 신 감독이 그동안 보여준 섬세한 연출의 비밀이 여기에 있는 걸까.

점심식사를 마친 뒤 배우 김정석이 머리를 자르고 수염을 깎은 말끔한 모습으로 촬영장에 돌아왔다. 15년 전의 회상 신을 촬영하기 위해서다. 촬영 스케줄이 지체되지 않도록 점심도 남들보다 급하게 먹고 분장 스탭과 함께 미용실에도 다녀왔다. 오전 촬영에서 18살이었던 딸은 3살배기로 바뀌었다. 신 감독의 딸 신지소다. 아빠가 일러주는 대로 ‘가짜 엄마’가 읽어주는 책에 집중하는 모습을 연기했다. 이날 전체 촬영 일정을 모두 마친 <조류인간>은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디지털 3인3색’ 프로젝트 중 한편이다. 기요르기 폴피의 <자유낙하>(가제), 박정범의 <산다>(가제)와 함께 5월에 열리는 영화제에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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