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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날 위에 선 삶’으로서의 김금화 <만신>

천대받는 무당에서 나라무당이자 인간문화재가 된 김금화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제목인 만신은 무당을 높여 부르는 말이다. 김금화는 6.25전쟁, 광주민주화운동, 삼풍백화점 붕괴 등 한국 사회에서 죽음의 현장에 늘 나타나 죽은 이들의 넋을 위로했다. 영화는 TV다큐멘터리적인 문법을 따르면서 시작한다. 내레이션은 TV매체에서 익숙한 성우 김상현의 목소리로 진행된다. 그런데 그녀의 목소리는 자막과 공존하고, 주기적으로 흐르는 TV다큐멘터리의 해설과 달리 드문드문 등장하더니 나중에는 슬그머니 사라진다. 극은 김금화의 탄생부터 시작하며 배우들에 의해 재연된다. 김금화 역은 김새론, 류현경, 문소리가 시기별로 나누어 맡는다. 재연배우가 아닌, 각 세대의 내로라하는 배우들을 김금화 역에 기용하면서, 재연 장면은 TV다큐멘터리에서의 그것처럼 실제 이야기를 보조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현재의 김금화를 촬영한 다큐멘터리 장면과 동등한 위치를 차지한다. 여기에서 이 영화의 독특함이 나온다.

<만신>은 다큐멘터리영화에 TV다큐멘터리, 극영화적인 요소 등을 의도적으로 섞는다. 뿐만 아니라 사실적인 화면에 판타지적 요소를 배치하면서 실제와 극의 경계를 넘나든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의 형식은 그들이 다루고 있는 ‘칼날 위에 선 삶’으로서의 김금화와 닮았다. 그녀는 늘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에 있었으며 반은 자신으로 반은 자신의 몸속으로 들어온 다른 누군가로 살았다. 그녀의 삶은 배우의 삶과도 닮았는데 배우들은 반쯤은 자신으로, 반쯤은 자신이 맡은 캐릭터로 살기 때문이다. 실제 김금화가 자신의 무속을 연극의 형식을 빌려 풀어내기로 한 것은 배우와 무속인의 공통점을 드러내는 하나의 표식이다. 이 작품이 궁극적으로 향하는 곳은 결국 영화에 대한 사유인데 영화 같은 굿과 굿 같은 영화가 뒤엉키는 와중에 이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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