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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의 오마이 이슈] 검찰도 을이었어
김소희(시민) 2014-03-14

어떻게 여당으로만 가면 모든 상식적 논의들이 버뮤다 삼각지대로 빠지는지 모르겠다. 급기야 국정원의 간첩증거조작이 햇볕정책 때문이래. 크허. 남재준 국정원장이라도 ‘자르지’ 않으면 분위기 심상치 않을 것 같은데(칼럼 나가자마자 그리돼 뒷북치는 거라도 괜찮아), 문제는 원장만 자른다고 해결될 게 아니라는 거다.

비선 업무 특성상 일부 증거쯤 잘못된 게 뭐 그리 대수냐던 할배들(연령이 아니라 ‘멘탈’ 기준)도 간첩행위를 뒷받침할 ‘결정적 증거’들이 속속들이 조작된 것으로 드러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왜냐. 그거 말고 일반적 증거는 없거든. 이대로는 공소유지도 어렵거든.

댓글공작과 증거조작 가운데 뭐가 더 나쁠까? 내 지인들은 의견이 나뉘었는데 캐릭터가 딱 드러났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 쌍욕을 하는 애들일수록 후자를 꼽았다. 과거 수많은 조작사건들이 그러했듯 한 사람의 삶을 망가뜨릴 ‘살인죄’에 해당하는 범죄이기도 하거니와 각종 위조/날조를 일삼다 재판정에서까지 대놓고 거짓말을 하는 등 그야말로 ‘병자년에 방죽 부리듯’ 사법체계를 농락했다. 특정인이나 특정세력을 위해서라는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 출발은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박원순이 간첩을 서울시 공무원으로 앉히고 있다’)였는지 모르나, 적어도 1심 무죄 이후에는 순전히 자기 조직(혹은 팀)을 위한 ‘몽니’였다.

이런 집단의 존폐를 책임 있게 논의해야 할 여당 대표가 남 원장의 문책마저 검찰 수사 뒤로 미루자고 하는 걸 보니 “한국 드라마의 핵심과 정신(core and soul)은 중국의 전통문화에서 나온 것”이라고 우긴 중국 공산당 간부의 놀라운 ‘중화주의’가 겹쳐진다. 한국 여당의 핵심과 정신이 무엇인지 잘 알겠다. 국정원과 검찰공안부가 동업자 관계가 아니라 갑을 관계임이 명확해진 이 와중에도 정녕 이러고 싶으실까. 이런 놀라운 ‘근혜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