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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공포증에 걸린 피아니스트 <그랜드 피아노>

피아노만큼 공포영화에 어울리는 악기가 있을까? 피아노의 서늘한 선율도 그렇지만 앞으로는 피아노의 물리적 구조에서 공포의 기운을 상상하게 될 것 같다. 천재 피아니스트 톰 셀즈닉(엘리야 우드)은 치명적인 실수로 무대공포증을 얻는다. 이때 연주했던 피아노곡은 누구도 완벽하게 연주할 수 없다고 알려진 <라 신케트>다. 5년 뒤 유명 배우인 아내 엠마(케리 비시)의 내조로 트라우마에서 조금씩 벗어나게 된 톰은 죽은 스승의 그랜드피아노를 마지막으로 연주하는 형태로 복귀 무대를 갖는다. 귀국 직후 공연을 하게 된 톰은 누군가가 건넨 악보를 들고 정신없이 무대에 오른다. 악보 곳곳에는 그를 협박하는 메모가 적혀 있다. 이어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협박범의 주문을 들으며 연주하게 된 톰은 의문의 사내로부터 5년 전 실패한 마의 연주곡, <라 신케트>를 완벽하게 연주하라는 주문을 받는다.

줄거리만 보면 피아니스트의 정신적인 공포증을 외화시킨 작품이라 속단하기 쉽지만 단지 그것만은 아니다. 피아노 속에 숨은 부품들을 샅샅이 비추며 들어가는 오프닝 시퀀스는 <그랜드 피아노>가 피아노라는 물체 자체에 대한 탐구이기도 함을 인식하게 한다. 콘서트홀과 대기실을 잇는 좁은 복도를 비롯해 초반 흔들리는 비행기 내부와 자동차 내부는 밀실공포증을 유발하는 요소이며 그 자체로 피아노의 좁은 내부를 탐험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스릴러 장르로는 긴장감이 다소 떨어지지만, 피아노의 겉과 속을 두루 포착하며 예술의 본질에 대해 곱씹으려 한 시도는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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