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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명의 감독이 만든 옴니버스식 애니메이션 <쇼트피스>
정지혜 2014-04-16

<쇼트피스>는 <아키라> <스팀보이> 등으로 잘 알려진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오토모 가쓰히로가 만화가 시절 그린 단편 <쇼트피스>에서 제목을 가져왔다. <메모리즈>의 모리모토 고지 감독의 오프닝 애니메이션에 이어 각기 다른 네명의 감독이 저마다의 이야기, 다른 시대적 배경과 작화를 선보이며 만들어낸 옴니버스식 애니메이션이다. <쇼트피스>의 네 작품은 하나의 주제의식을 갖고 만들어진 건 아니지만 일본의 과거와 미래, 일본의 민담과 민화, 공상 과학적 상상력을 오가며 기이한 분위기를 뿜는 게 공통적이다.

첫 번째는 <코이센트>의 연출가인 모리타 슈헤이 감독의 <구십구>. 숲속에서 길을 잃은 나그네가 허름한 사당에 묵으며 겪는 하룻밤의 기담이다. 일본의 민간신앙으로 신이나 정령이 깃든 오래된 물건을 총칭하는 ‘쓰쿠모가미’에서 비롯된 이야기로 낡은 사물이 나그네의 손재주로 새롭게 탄생한다는 내용이다. 오토모 가쓰히로 감독이 직접 연출한 <화요진>은 일본의 전통 민화, 특히 에도시대 풍경을 고스란히 재현한 그림체가 인상적이다. 주인공 남녀의 사랑이 충분히 그려지지 않은 점은 아쉽지만 대화재의 역동적인 그림은 퍽 인상적이다. <메모리즈> <스팀보이>의 CGI를 맡았던 안도 히로아키 감독의 <감보>는 붉은 괴물과 백곰이 피를 흘리며 난투극을 벌이는 이야기다. 강렬한 이미지가 서사를 압도한다. <건담> 시리즈의 메커닉 디자이너 가토키 하지메 감독의 <무기여 잘 있거라>는 유일하게 미래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무기 제거 반원들과 무인병기간의 전투 액션은 꽤 공을 들였다. <쇼트피스>는 재패니메이션의 특징을 압축한 다이제스트판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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