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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령] <역린> <표적>
김성훈 사진 손홍주 2014-04-22

김성령

“나 요즘 속상해. 자꾸 이순재 선생님, 신구 선생님 같은 원로배우들 상대역만 들어오고. 자기, 이런 기분 알겠어?” 윤성호 감독의 시트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2012)에서 미스코리아 진 출신인 ‘배우 김성령’을 연기한 김성령의 대사다. 지금 김성령에게 저 대사는 웃고 넘길 수 있는 대사가 됐다. 지난겨울, 드라마 <상속자들>(2013)을 포함해 4월30일 같은 날 격돌하는 액션영화 <표적>과 사극 <역린>까지 무려 세편을 동시에 소화했던 그가 아닌가. 그때가 그의 배우 인생 중 가장 바쁜 시기였다. “한주에 세편의 일정이 몰린 적도 있었다니까. 온몸에 보석 액세서리를 걸치다가(<상속자들>), 경주에 내려가 한복 입고(<역린>), 다시 서울에 올라와 가죽잠바를 입는 식(<표적>)이었다. 그 주는 링거 맞고 그랬다. 그래도 <상속자들>은 젊은 친구들과 함께해서 재미있었고, <역린>은 오랜만의 사극이라 재미있었고, <표적>은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형사 역이라 재미있었다.” 김성령은 젊은 배우도 감당하기 힘든 스케줄에 시달리면서도 자신의 선택을 조금도 후회하지 않는, 무한 긍정의 아줌마였다.

김성령이 기꺼이 떠맡은 <표적>의 영주는 형사 반장이다. 어떤 사건에 휘말려 어쩔 수 없이 동행하게 된 여훈(류승룡)과 태준(이진욱)을 집요하게 쫓는 인물이다.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온몸에 액세서리를 걸치고, 한손에는 와인잔을 들었던 최근 드라마 속 모습의 잔상 때문인지 영주의 모습이 좀처럼 그려지지 않는다. 김성령 역시 출연을 제안 받았을 때 형사 반장이 자신에게 맞는 옷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고. 그래서 영화의 제작사인 용필름 임승용 대표의 권유로 영화의 원작인 프랑스영화 <포인트 블랭크>(2010)도 챙겨보았다. “원작에서 형사 반장을 연기했던 프랑스 배우는 나보다 나이도 많고, 굉장히 카리스마가 있었다. 나와 매칭이 잘 안 됐다. 그런데 임 대표를 비롯해 주변 사람들이 형사가 잘 어울릴 거라고 계속 얘기해주었다. 그러다보니 나도 잘 모르는, 또 다른 나를 한번 보고 싶어졌다.”

형사 특유의 거친 매력보다 여성이 경찰이라는 남성 집단에서 반장이 되기까지 겪어야 했던 수많은 애환을 먼저 느끼면서 김성령은 캐릭터의 문을 열었다. “저 자리로 올라갈 때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 여자가 사건을 끝까지 쫓고 해결하려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다. (조)은지가 연기했던 후배 여형사와의 끈끈함도 인상적이었다.” 그 애환이 영주의 인간적인 성격을 형성한 동시에 외양 변신의 바탕이 되었다. “화장을 거의 하지 않는 설정이었다. 액세서리는 하나도 걸치지 않았다. 형사다보니 활동하기 편한 코트와 바지를 입었고. 다만 숏컷 스타일이어야 했는데 <역린> 때문에 머리카락을 더 짧게 자를 수 없어 아쉬웠다. 물론 단발머리로 연기하긴 했지만 말이다.”

영주의 옷을 입은 김성령은 사건을 추적하기 위해 뛰고 또 뛰었다. 하지만 40대 중반을 넘어선 그에게 액션은 아무래도 쉽지 않았다. 한편도 아니고 세편을 동시에 찍던 때라 몸이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나이가 나이인지라…(웃음). 보약도 챙겨먹냐고? 원래 한약 같은 거 안 먹는데 저절로 찾게 되더라. 고기도 잘 안 먹는데 집에서 만날 사골 끓여먹고, 오리고기 먹고. 그래도 거뜬하다고 써달라. 하하하.” 류승룡, 유준상, 이진욱 등 남자 배우들에 비하면 액션 비중이 작지만 현장에서 그의 액션 연기를 지켜본 제작진은 “액션영화 여러 편 찍어본 여배우 같다”고 놀라워했다. “액션이 재미있더라. 그런데 이번에는 짤막하게 보여준 것 같고, 다음 작품에서 제대로 된 액션을 연기하고 싶다. 드라마 <밀회> 같은 멜로? 찍고 싶지 않다. 부럽긴 하지만 말이다. (웃음)”

<표적>의 영주가 사건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인물이라면 <역린>에서 김성령이 연기한 혜경궁 홍씨는 사건에서 살짝 비켜 선 인물이다. 잘 알다시피 혜경궁 홍씨는 사도세자의 부인이자 정조(현빈)의 생모. 정유역변(1777년 7월28일 밤, 자객이 정조를 암살하기 위해 침전까지 들어왔던 사건)이라는 위기에 처한 아들이 살아남길 바라는 여자다. “사도 때부터 비극을 두눈으로 지켜봤으니 보통 여자는 아니다. <역린>에서는 정조를 살리기 위해 버팀목이 되어주는 역할이다.”

그가 <역린>에 출연하게 된 건 오랜만의 사극이어서도, 지금까지 수많은 여배우들이 연기했던 혜경궁 홍씨라는 캐릭터가 탐나서도 아니다. 드라마 <상속자들>과 영화 <표적>만 하겠다는 원래의 계획을 어기고, <역린>에 출연키로 한 건 “일면식은 없었지만 방송국에서 오랫동안 익히 들어온 이재규 감독과 함께 작업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재규 감독은 “김성령이 가진 모성애가 정조에, 이야기에 필요”했다고. 당시 김성령은 출연 중이었던 드라마 <상속자들>에서 진득한 모성애를 보여주고 있었다. 아들 탄(이민호)의 미래를 위해 자신의 호적 대신 회장의 호적에 올리려고 고군분투하는 여자. 언젠가 그룹의 경영자가 된 아들을 자신의 호적에 올리는 게 인생의 전부이자 목표인 여자. 허당 기질 때문에 회장 가족들에게 당하곤 하지만, 또 그것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동정심과 공감대를 자아낸 여자였다. “<역린>에서 혜경궁 홍씨는 권력의 중심에서 비켜난 인물이다. 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들을 지키기 위해 버틴다. 한기애 역시 마찬가지다. 여자가 그런 것 같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어떤 고난도 다 견딜 수 있는….” <상속자들>의 한기애가 그랬듯이 <역린>의 혜경궁 홍씨는 사방이 적인 정조에게 든든한 방패가 된다.

<표적>과 <역린> 두 영화의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현재, 김성령은 연극 <미스 프랑스>를 준비 중이다. <멜로 드라마>(2008) 이후 약 6년 만의 연극 출연이다. 미스 프랑스를 선발하는 그룹의 조직위원장으로 아름답지만 무능하고 허영심이 많은 플레르, 그녀와 닮은 외모의 순진무구한 호텔 종업원 마르틴, 유흥업에 종사하며 거친 인생을 살아가는, 플레르의 쌍둥이 동생 사만다 등 각기 다른 세 여자의 사연을 그린 코미디 작품. “갑작스러운 연극 출연이 아니다. 가끔 조재현 선배와 통화하면서 연극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멜로 드라마> 이후 한번 더 도전하고 싶었다. 그래서 <상속자들>을 끝낸 뒤 연극 스케줄부터 잡았다. 시간이 날 때 연극을 하는 게 아니라 시간을 내서 하는 거다. 그게 연극인 것 같다.” 이 작품에서 그는 혼자서 플레르, 마르틴, 사만다 세 여자를 연기한다. 1인3역은 처음이다. “그래서 연습을 많이 해야 하는데, 아직은 캐릭터 3명 모두 똑같은 것 같다. (웃음) 연극한다고 말만 해놓고 연습은 하나도 안 하고. 미쳤나봐. 요즘 악몽도 많이 꾼다.” 연습을 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한 말이 아니다.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연습을 해야 한다는 그의 각오다.

<궁녀>(2007)에 출연하기 전에 주로 드라마에서 활동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 김성령은 드라마, 영화, 연극 등 다양한 매체를 종횡무진 오가고 있다. 그 역시 배우로서 자유로워졌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과거에 비해 좀 달라진 것 같다. 예전에는 작업을 할 때, 사람을 만날 때, 잘해야겠다는 욕심이 앞섰다면 요즘은 마음을 내려놓는다.” 어쩌면 그 깨달음은 그간의 경험에서 체득한 것인지도 모른다. 같은 날 맞붙는 <표적>과 <역린>, <역린>과 <표적> 중 어느 작품이 이길 거라고 예상할까. “뭐 이런 진부한 질문이다 있어. 진부한 대답이겠지만 둘 다 잘돼야지. (웃음)”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스틸

magic hour

“누가 나보고 훅 갔대?”

윤성호 감독의 시트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는 배우 김성령에게 “연기에 대한 자극을 준 작품”이었다. 많은 시청자들이 사랑했던 작품은 아니었지만 연기를 편하게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런 생각을 가끔 한다. 만약에 톱스타나 아이돌 출신 배우들과 함께 작업했다면 되게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렇지 않았기에 마음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김성령은 미스코리아 ‘진’ 출신인 배우 ‘김성령’을 연기했다. “미도 아니고, 선도 아니고 미스코리아 ‘진’ 출신이야.” “나 이제 올드한 역할 안할 거야. 연하랑 젊은 멜로만 할 거야. 비스트의 기광이 같은 애랑 멜로 하고 싶어. 샤이니도 괜찮고, 누구더라? 유승호?” 극중 통통 튀는 대사의 밑천은 김성령의 실제 성격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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