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손님>(가제) 2013 <한공주>

못 알아볼 뻔했다. 흰색 남방에 넥타이를 맨 옷차림이 회사원에 가까웠다. <한공주>를 찍은 홍재식 촬영감독이 한껏 멋을 부리고 나온 이유를 말했다. “<한공주>를 만든 이수진 감독의 전작 <적의 사과>(2007) 때 <씨네21>과 인터뷰를 한 적 있다. 후줄근한 티셔츠 하나 걸치고 나갔는데, 사진을 본 아내와 주변 사람들이 ‘옷이 이게 뭐냐’고 했다. 오늘은 아내가 직접 코디를 해줬다. (웃음)”

<한공주>는 홍재식 촬영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2년 전 시나리오를 처음 받아들었던 순간은 아직도 생생하다. “이야기가 슬펐다. 공주(천우희)의 얼굴이 슬프게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단편 <적의 사과>와 <아들의 것>(2006)을 함께 만든 이수진 감독과 그는 촬영 원칙의 큰 틀을 세웠다. 인공적인 조명을 자제하고 최대한 현실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두 사람은 자연광으로 찍은 옛날 사진을 보면서 <한공주>의 톤을 찾기도 했다. 시간대에 맞게 촬영하는 것도 그 원칙 중 하나였다. “새벽은 ‘진짜’ 새벽에, 해질녘은 ‘진짜’ 해질녘에 찍기 위해 조감독과 함께 스케줄을 논의했다.”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이야기에 리듬감을 부여하고, 제작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핸드헬드를 선택했다. “예산 때문에 촬영 장비도, 콘티도 줄여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핸드헬드로 가야 했다. 단, 앵글 안에서 클로즈업과 풀숏을 오가며 최대한 다양한 컷이 있는 효과를 보여주려고 했다.” 원칙을 충실히 따른 덕분에 삶을 아슬아슬하게 지탱하고 있는 공주의 감정을 꼼꼼하게 화면에 담을 수 있었다.

이수진 감독이 그렇듯이 홍재식 촬영감독도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했다. 공주의 얼굴을 섬세하게 찍은 솜씨만 놓고 보면 인물 사진을 많이 찍었을 법도 한데, 추상적인 이미지를 주로 찍었다고. “청계천에 출사가면 다른 친구들은 할아버지 얼굴에 카메라를 들이댔는데 나는 그게 안 되더라. 이상한 그림자만 찍었다. (웃음)” 내성적인 성격은 영화일을 하면서부터 바뀌어갔다. 이석현 촬영감독이 찍은 <선물>(2001)의 촬영부 막내로 충무로에 뛰어든 뒤 주로 김우형(<그때 그사람들> <파주> <고지전> <돈의 맛> 등), 최진웅(<댄싱퀸> <스파이> 등) 촬영감독 아래서 조수 일과 B카메라를 맡았다. “김우형 촬영감독님으로부터 촬영하는 태도에 대해 많이 배웠다. 아침에 현장에 도착하면 그날 찍을 장소를 두어 시간 돌아다닌다. 해의 움직임에 따라 빛이 어떻게 변하는지 체크하고. 최진웅 촬영감독님으로부터 감독과 소통하는 법을 보고 배웠다. 그날 촬영이 끝나면 감독과 함께 다음날 찍을 분량을 논의하고, 한시도 시나리오를 손에서 놓지 않는다.” 그 자양분의 최선의 결과가 <한공주>일 것이다. 홍재식 촬영감독은 현재 <손님>(가제, 제작 유비유필름/감독 김광태/출연 류승룡, 이성민/배급 CJ엔터테인먼트)을 준비하고 있다. “잘할 수 있는 사실주의 촬영을 더 파볼 수 있는 작품이 될 거”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이폰 뷰파인더 어플 Artemis Director's Viewfinder

“충무로에서 거의 처음으로 이 어플을 구매했을 거다. <고지전> 할 때가 어플이 출시된 지 얼마 안 됐을 때다. 아이폰을 꺼내 앵글을 보니 김우형 촬영감독님, 장훈 감독님, 배우 모두 ‘디지털 시대에 이런 게 있어야 해’ 하시며 신기해했던 기억이 난다. (웃음)” 그에게 아르테미스는 현장에서 앵글을 확인할 때 없어서는 안 될 디지털 도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