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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ash on] 주인공은 두 번째 정규직 제안을 받아들였을까?
윤혜지 사진 백종헌 2014-05-01

장편 데뷔작 <10분> 만든 이용승 감독

단편 <런던유학생 리차드>를 찍으며 “경쟁력 없는 청춘이 사회에서 어떻게 고립되는지 묘사하고 싶었다”던 이용승 감독은 그 “확장판”인 장편 데뷔작 <10분>으로 돌아왔다. <10분>은 PD가 되길 꿈꾸던 호찬(백종환)이 정규직 자리와 개인적 꿈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야기다.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첫 소개돼 국제영화평론가 협회상과 KNN관객상을 수상, 제20회 브졸국제아시아영화제에서는 황금수레바퀴상과 이날코 스페셜 페이버릿상을 수상했다. 이밖에도 제39회 서울독립영화제와 제64회 베를린국제영화제를 비롯한 다수의 영화제에 출품됐다.

-한국영상자료원에서 계약직으로 일했던 경험이 <10분>에 얼마나 반영돼 있나. =내 경험이라기보다 대부분 보고 들은 얘기다. 오히려 직장 안에서 나는 노정래(성민재)처럼 상황에서 늘 한 발짝 떨어져 있는 캐릭터였다. 분위기를 조장하는 말들이 있지 않나. 영화 속에선 상사들이 호찬을 불러놓고 하는 얘기나 부모가 은근하게 운 띄우는 것들 말이다. 그런 전반적인 것들을 다루고 싶었다. 오히려 내 경험은 가족을 설정할 때 반영됐다. 내가 장남인 건 맞는데 영화와는 반대로 여동생이 내 꿈을 위해 회사를 다녔다. (웃음)

-개인적으로 느꼈던 ‘사회생활’의 얄팍함은 무엇이었나. =사내에서 라인을 만들려고 하는 건 좀 유치해 보였다. 난 어차피 계약직이라 떠날 사람인데. 아니면 누군가를 뒷담화할 때 그걸 들어줄 대상이 필요했던 걸까. 자료원이라는 조직이 비열하다거나 치사했던 건 아니다. 절대악이 아니라 다들 이렇게 사는구나 싶었다. 오히려 일하기는 편했다. 디지털 변환 작업을 하는 일이라 영화 걸어놓고 그 시간에 책을 읽거나 영화를 봤다. 적당히 앉아 있으면 월급 들어오고, 명함엔 직함이 연구원이라고 적혀 있으니까 꼭 뭐 있는 것처럼 보이고. 나쁘지 않았다. 시나리오는 부끄러웠던 기억에서 출발한 경향이 있다. 적응하기 위해 애썼던 모습들이 있었던 게 사실이니까. 그런데 누군가는 그 모습을 아름답게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백종환은 중앙대 동문 인연으로 캐스팅했나.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를 보고 소개받았다. 원래 캐스팅한 배우가 있었는데 그가 하면 관객이 (얄미운 정직원인) 송은혜(이시원)랑 연애하길 바라게 될 것 같더라. 그래서 아예 느낌이 다른 얼굴을 찾았다. 깐깐한 여자 상사 한영미 역 캐스팅의 경우는, 서울독립영화제 술자리에 간 적이 있는데 옆에서 들리는 웃음소리가 짜증나서 보니 장리우씨였다. (웃음) 그래서 한영미 역으로 출연해달라고 시나리오를 드렸다. 디렉션도 웃는 타이밍을 얘기해준 것뿐이었다.

-결말부의 지진 대피 훈련 신은 ‘알아서 안전지대를 확보하라’는 의미였나. =흔들린다는 뉘앙스를 주고 싶어서였다. 시나리오만 본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했던 장면인데 사실 공기관에선 매달 있는 행사다.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관련된 훈련을 한다. 안내방송에 따라 사람들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걸 보고 있는 호찬은 무슨 생각을 할까, 관객은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했다. 사무실 안에서 촬영을 끝낼 수 있어서이기도 했다.

-호찬은 부장의 두 번째 정규직 제안을 받아들였을까. =국내 영화제 관객은 7:3 정도로 호찬이 회사에 남을 거라고 했다. 베를린에선 3:7, 프랑스에선 7:3 정도였으니 전세계적으로 평균을 내면 5:5쯤 되지 않을까. 한국 관객은 또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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