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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FF 37.5] 가발과 구레나룻으로 나누는 교감
정지혜 사진 오계옥 2014-05-09

<역린>의 조태희 분장실장

드라마 <명성황후> <태양인 이제마> <장희빈> <쾌걸 춘향>

영화 분장팀 <엽기적인 그녀> 분장팀장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평양성> <최종병기 활> 분장실장 <백자의 사람>(한/일 합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광해, 왕이 된 남자> <역린> <사도>

“어때요? 잘 어울리나요?” <역린>의 조태희 분장실장이 배우들에게 자주 받는 질문이다. 배우들이 자신의 맨 얼굴을 맡기고 분장이 끝나자마자 맨 처음 ‘괜찮다’는 확신의 한마디를 듣고 싶어 하는 이가 바로 분장실장이다. 분장사는 현장에서 배우들과 가장 가까이에서 교감하는 스탭이다. 특히 사극 분장을 전문적으로 하는 조태희 실장의 경우는 그 교감의 정도가 클 수밖에 없다. “사극 분장은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하고 분장으로 배우가 변화하는 폭도 가장 크다. 그러다보니 사극 출연이 처음인 배우는 나를 많이 믿어준다. 배우의 이미지가 확확 바뀌기 때문에 분장하는 재미도 있고 전통의 멋도 매력적이다.”

사극 분장의 맛에 푹 빠져 산 지도 벌써 15년째다. 1999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 분장팀에 실습생으로 합류해 보낸 2주 남짓한 시간이 그 시작이었다. 이후 KBS 분장팀에 입사해 드라마 <명성황후> <장희빈> <태양인 이제마> 등을 내리 찍었지만 영화 분장 일을 해보고 싶다는 갈증으로 퇴사했다. “무작정 제작사에 포트폴리오를 보냈다. 70개 정도 보냈나? 근데 정말 단 한 군데에서도 연락이 없더라.” 그렇게 흐지부지 2년을 보낸 끝에 만난 작품이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이었다. 이후 <최종병기 활> <광해, 왕이 된 남자> 등 굵직굵직한 작품 속 배우들의 얼굴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쳐갔다.

이번에는 <역린>이다. 특히 강렬한 인상을 남긴 살수를 길러내는 살기 가득한 광백(조재현)의 얼굴이 완성되기까지는 디테일 하나도 놓치지 않는 그의 꼼꼼함이 한몫했다. “지문에 유독 광백이 웃는 장면이 많더라. 그걸 잘 활용해보자 싶어 웃는 얼굴에서 잔혹함이 느껴질 수 있도록 (썩고 흉측한) 광백의 치아를 따로 제작 의뢰했다. 광백의 비녀도 아무리 색칠해서 만든다고 해도 자연스레 썩은 나무의 느낌이 안 났다. 나무만 전문적으로 수집하는 이를 수소문한 끝에 직접 만나서 골랐는데 마음에 들더라.” 새로운 모습의 정조를 만들기 위한 그의 작은 시도도 있었다. “곱고 길고 단정한 기존 왕들의 턱수염과 달리 짧고 거칠고 심지어 구레나룻으로 이어지는 수염을 정조에게 붙여봤다.” 조금이라도 색다른 걸 해보려는 그는 지금도 계속 공부 중이다. “역사서와 장신구 관련 서적을 많이 읽고 박물관에도 직접 간다. 중국 사극도 챙겨 보고. 얼마 전에는 사극용 가발만 전문으로 만드는 일본의 한 공장에도 다녀왔다.”

“사극을 시대별로 더 해보고 싶다. 고려와 조선시대 등 보여주고 싶은 게 많다”라는 그의 차기작은 7월 크랭크인하는 이준익 감독의 <사도>. “감독님이 직접 불러주신” 데다 이 감독과의 두 번째 작업인 만큼 그의 기대도 커 보인다. “그간 했던 작품에서 사용한 소품들로 언젠가는 영화소품박물관을 운영하는 게 꿈”인 그가 이번에는 또 어떤 소품과 분장을 선보일까. 그의 필모그래피가 곧 훗날 그의 박물관에서 만날 전시 목록인 셈이다.

핀셋

조태희 실장이 15년 전 분장 일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사용했다는 핀셋들. 그의 손때가 가장 많이 묻어 있는 소도구이다. 황정민, 이병헌, 현빈 등 수많은 배우들이 이 핀셋으로 수염을 얻게 됐을 거라고 생각하니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과연 다음에는 이 핀셋이 누구의 얼굴에 가닿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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