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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애니메이션 <아치와 씨팍>
2001-03-14

막가파 녀석들이 왔다

2월 17일, 유바리 문화스포츠센터에서는 한국에서 날라 온, 정말이지 막 나가고 정신 없이 날뛰는 짧은 애니메이션이 공개되었다. 현재까지 모두 4편(편 당 러닝 타임 3분 정도)의 에피소드가 완성된 웹 애니메이션 <아치와 씨팍>이 유바리 영화제의 디지털 시어터 부문에 초청되어 극장 관객들에게는 처음으로 선을 보였던 것이다.

젊은 창작 애니메이션 팀 J TEAM이 만든 <아치와 씨팍>은 그 알 듯 말 듯한 이상야릇한 제목부터 이해가 되면 그것이 대략 어떤 모양새를 갖춘 작품일지 짐작할 수 있는 그런 애니메이션이다. 두 주인공들의 이름이기도 한 아치와 씨팍은 각각 '양아치'와 '씨X X끼' 하는 비속어와 욕에서 따온 이름들이다. 이 정도만 알아도, 이들 캐릭터들이 '삼류 정신'에 충실한 펑크들(punks)임을 눈치채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치와 씨팍>은 그 배경부터가 아주 불온한 상상력을 보여준다. 하드(Hard)라는 이름의 마약이 금전적 가치를 지니는 도시가 바로 논스톱의 난장판이 벌어지는 배경인 것이다. 그 곳은 보자기 갱이라는 범죄 조직과 그들을 잡으려는 객코라는 특수 경찰 사이의 무자비한 전쟁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곳이다. 이 카오스적인 전쟁에 도시 뒷골목에서 그럭저럭 살아가는 펑크들인 아치와 씨팍이 휘말려들게 된다.

웹 애니메이션 <아치와 씨팍>의 프로듀서를 맡은 조범진 씨(35)는 "애니메이션 팬이 아니라 시네 매니아"라고 자처하는 인물(웹 애니메이션의 감독은 김재희(26)와 조용훈(25), 두 젊은 친구들이 맡았다). 그런 만큼 <아치와 씨팍>에는 영화 매니아로서 그의 기질이 상당히 많이 묻어나 있다. 예컨대, 각각 <메이드 인 홍콩>의 주인공 이찬삼과 <도베르만>의 뱅상 카셀로부터 꽤 많은 부분을 흡수한 아치와 씨팍이 <인디아나 존스>와 <매드 맥스>로부터 빌려온 싸움터를 종횡무진 누비는 식이다. <아치와 씨팍>은 그렇게 기존의 영화들을 참조하면서 장르의 컨벤션을 철저히 뒤집으려고 시도한다. 다시 조범진 씨의 말을 빌리면, "이상한 녀석들로 하여금 이상한 짓을 하게 하자"는 게 이 애니메이션을 구상할 때 가졌던 생각이었다고.

<아치와 씨팍>을 본격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유바리 영화제를 찾았던 조범진 씨는 록 콘서트를 보는 듯 열광하며 감상하지 않는 관객들의 미온적인 태도에 다소 실망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은 이 작품이 매우 폭력적이고 스피디하며 따라서 익사이팅하다는 반응을 보여주었다. <아치와 씨팍>과 함께 디지털 시어터 부문에 <핀맨>을 선보인 일본의 애니메이션 감독 이케다 바쿠는 '크레이지'(crazy)하다는 표현을 썼다.

모두 10편의 에피소드가 제작될 웹 애니메이션 <아치와 씨팍>은 곧 국내외의 영향력 있는 영화 사이트를 통해 상영될 예정. 현재에는 웹 애니메이션이 먼저 선보일 것이지만, <아치와 씨팍>은 원래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만들 생각으로 기획되었던 프로젝트였다. 아무런 토대도 없이 장편을 만들기에는 위험 부담이 너무 커 일종의 전략적 방법으로서 웹 애니메이션을 우선 착수하게 된 것이라고. 조범진 씨가 직접 감독을 맡을 장편 애니메이션 <아치와 씨팍>은 현재 일정대로라면 2002년 7월쯤 완성될 예정이다. 과연 '3류 감성'으로 접근한 애니메이션판 <락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는 어떤 모양새를 띨지 기대해봄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