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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놈만 따라간다 <끝까지 간다>
송경원 2014-05-28

강력반 형사 고건수(이선균)는 감찰반이 들이닥쳤다는 소식에 어머니 장례식장에서 급히 경찰서로 향한다. 가는 길에 사람을 친 건수는 당황한 나머지 얼떨결에 사체 유기까지 하고 만다. 모든 걸 무사히 덮었다는 안도감도 잠시, 그의 범행을 알고 있는 정체불명의 목격자 박창민(조진웅)으로부터 협박전화가 걸려오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꼬여가기 시작한다.

한놈만 팬다. 아니, 한놈만 따라간다. 서스펜스란 각자가 ‘나는 알고 너는 모른다’고 믿는 정보들을 가지고 노는 한판의 카드게임과 같다. 상대를 속이기 위해선 상대로 하여금 모든 정보를 통제하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이때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릴 틈을 주지 않는 건 언제나 잘 먹히는 기술 중 하나다. <끝까지 간다>는 특별한 반전이나 숨김 패에 주력하는 영화는 아니다. 대신 한눈팔 틈을 주지 않으려는 듯 끝을 향해 치고 달려나간다. 곁가지를 과감히 쳐내고 오직 한 인물, 한 사건에 집중한 덕분에 영화의 호흡은 실제보다 훨씬 빠르게 다가온다. 속도는 긴장감을 만들어내고 팽팽한 긴장감은 자연스레 관객을 빨아들인다.

주목해야 할 건 영화 속 상황이 끝날 것 같을 때 끝나지 않고 끝나지 않을 것 같을 때 갑자기 넘어가버린다는 사실이다. 요컨대 좋은 의미에서 관객의 기대를 끊임없이 배신한다. 시작부터 당겨진 긴장감이 끝까지 유지되는 비결은 여기에 있다. <끝까지 간다>는 팽팽히 당겨진 전개에 피로를 느낄 만한 타이밍마다 위트 있는 상황과 웃음 코드를 배치해 관객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몰입을 한층 끌어올린다. 굳이 장르를 따지자면 스릴러와 블랙코미디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뒤엉켜 섞여있는 모양새인데 상승효과는 훨씬 크다. 이처럼 긴장과 이완을 적절히 섞은 템포의 조절은 결국 ‘서스펜스의 대연쇄’로 이어진다.

여기서 돋보이는 것은 속도를 떨어뜨릴 만한 요소를 가차 없이 쳐내버리는 과감함이다. 영화는 도드라지는 몇몇 요소나 장면에 매달리기보다 다음 장면으로의 연쇄, 연결을 우선한다. 덕분에 종종 노출되는 사소한 허술함 따위는 흐름에 금방 묻힌다. 전반부 1시간은 특히 더 좋고 후반에 추진력이 떨어지는 순간들도 없지 않지만 흐름을 깨뜨릴 정도는 아니다. 과도한 의미 부여 없이 장르영화가 해야 할 몫만 하고 빠지는, 깔끔한 재미가 돋보이는 오락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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