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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스코프] 복원 마친 <이국정원> 라이브 더빙쇼 최종 리허설
윤혜지 사진 최성열 2014-05-30

훼손 상태가 심각해 복원 뒤에도 흰색에 가까워진 <이국정원>의 화면은 배우들의 생생한 목소리 연기, 즉석에서 만들어내는 온갖 효과음, 라 벤타나가 라이브로 연주하는 삽입곡들로 치장한 덕에 어떤 뮤지컬영화보다 풍성해졌다.

전계수 감독의 모든 영화에 출연한 배우 박영수가 이번엔 폴리 아티스트로 변신했다. 무대 아래 구석에서 음향효과를 담당하느라 커튼콜 때만 무대에 오르지만 사실 이번 공연의 진짜 주인공은 그다.

다섯명의 뮤지컬 배우 박형규, 수안, 손현정, 서현우, 최미용이 1950년대로 되돌아갔다. 주인공 김수평(김진규)과 방음(우민)이 서로를 바라보며 세레나데를 주고받는 장면은 로맨틱한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하는 영화의 클라이맥스다.

공연 직전 무대 아래에 늘어놓은 밥통과 문짝, 반쯤 비운 술병의 정체는? 폴리를 맡은 배우 박영수가 쓸 음향효과 소도구들이다. “KBS 폴리팀의 안익수 폴리 슈퍼바이저에게 자문을 구해 준비한” 밥통은 자동차 문닫는 소리를 만들 때 쓰인 도구였다.

김동기 음악감독과 라틴음악밴드 라 벤타나는 <이국정원>의 유일한 주제곡이었던 <내 마음의 태양> 외에도 세곡을 더 추가했다.

<씨네21> 899호에 드라마틱한 발굴기가 실렸던 최초의 한/홍 합작영화 <이국정원>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심하게 훼손된 원본 필름은 일본의 이마지카현상소로 옮겨가 리마스터링 작업을 거쳐 간신히 볼 수 있게 됐지만 소실된 사운드는 복원할 수 없었다. 대신 <이국정원>은 배우들의 라이브 더빙과 음향효과를 더해 한편의 쇼로 재탄생했다. 쇼의 각색과 연출을 맡은 전계수 감독은 “57년의 시간을 거슬러 요즘의 관객이 재밌게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과감하게 “공연과의 결합”을 시도했다고 한다.

복원된 <이국정원>의 영상이 스크린에 영사되는 동안 배우들은 영화 속 인물처럼 의상을 갖추고 무대 한쪽에서 인물의 입모양에 맞춰 대사를 읊고 노래를 부른다. 1인다역을 맡은 다섯명의 배우들은 저마다 이 목소리를 냈다 저 목소리를 냈다 몹시 바쁘다. 배우들의 반대편에선 김동기 음악감독과 라틴음악밴드 라 벤타나가 라이브로 삽입곡을 연주한다. 하지만 진짜 주인공은 따로 있다. 무대 아래서 소도구를 사용해 즉석 효과음을 만들어내는 폴리 아티스트다. 폴리 아티스트로 참여한 배우 박영수는 제때에 맞춰 구둣발 소리를 내거나 문을 닫고, 책장을 넘긴다. 박영수의 앞에 놓인 테이블엔 전화기, 밥통, 천 조각, 유리병 등의 소도구가 잔뜩 쌓여 있다. 발소리도 여러 가지라 발판도 종류별로 준비돼 있다. 그나마 배우들은 번갈아가며 연기한다지만 홀로 영화 속의 모든 소리를 책임져야 하는 박영수는 쉴 틈이 없다. 박영수는 행여나 다른 소리가 섞일까 조심하며 바지 밑단까지 양말 속으로 구겨넣었다. 본편 상영이 끝난 뒤엔 크레딧 대신 커튼콜과 겸한 배우들의 공연이 이어지며 쇼의 흥을 돋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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