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범죄조직에서 성장한 두 소년 <시베리안 에듀케이션>
김보연 2014-06-04

러시아에 존재하는 여러 갱 집단 중 가장 냉혹하기로 소문난 것이 바로 시베리아인 조직이다. 국가를 깊이 증오하는 이들은 경찰과 어울리지 않고 마약에도 손을 대지 않는 자신들만의 규율을 지키며 살아간다. 그리고 이 작은 공동체에서 태어나고 자란 콜리마(아르나스 페다라비치우스)와 가가린(빌리우스 투마라비치우스)은 어릴 때부터 깊은 우정을 쌓는다. 하지만 작은 사건으로 인해 두 사람의 운명은 어긋나고, 시간이 흐른 뒤 이들은 결국 다른 세계에서 마주친다.

<지중해>(1991), <아임 낫 스케어드>(2003) 같은 작품으로 익숙한 가브리엘 살바토레 감독이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삼아 만든 영화다. 범죄조직에서 성장한 두 소년을 중심으로 냉혹한 현실과 그 속에서도 지켜야 할 가치들을 이야기한다. 이 주제를 강조하기 위해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번갈아 오가며 두 주인공의 가치관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이들이 속한 세상이 어떻게 망가져가는지 세심하게 묘사한다. 이때 섬뜩한 폭력과 따뜻한 인간미가 기묘하게 뒤섞여 공포와 매력을 발하는 폭력단의 모습은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할 만하다. 그렇게 <시베리안 에듀케이션>은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와 함께 ‘러시안 하드보일드’의 한 전형을 보여줄 수 있었다. 하지만 여러 시간대를 오가며 전체적인 분위기를 조율할 때 삐걱거림을 노출한다. 특히 경쾌한 록음악을 반복적으로 사용해 진지해진 분위기를 전환하는 연출은 몰입을 방해하는 것은 물론 주제의식마저 의심케 한다. 명분 없는 폭력에 반대하면서도 순간적으로 폭력의 아드레날린에 중독된 모습을 보이고 마는 것이다.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