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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가진 사람들에게 <사랑은 소설처럼>
김보연 2014-06-11

가족은 외로운 사람들의 피난처가 될 수 있을까. 샘(브라이언 개러티)은 과거의 어떤 사건 이후 직업도 없이 이곳저곳을 떠도는 중이다. 그러던 중 한 술집에서 매력적인 여성 에이미(크리스틴 리터)를 만나 특별한 하룻밤을 보낸다. 마침 살 곳을 구하던 샘이 생활비 한푼이 아쉽던 에이미의 집에 얹혀살기로 하면서 두 사람은 동거를 시작한다. 이들은 가족 문제와 같은 각자의 상처로 현실의 벽을 느끼면서도 싸움과 화해를 반복하며 성장해간다.

원작 연극의 작가인 제시카 골드버그가 연출까지 겸한 <사랑은 소설처럼>은 저마다의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가족이란 이름으로 서로를 위로하는 영화다. 인상적인 것은 이들의 아픔을 바라보는 영화의 성숙한 시선이다. 샘은 소중한 사람이 죽은 후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으며 에이미의 동생은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다. 심지어 에이미는 마을 사람들에게 ‘헤프다’는 욕까지 듣고 있다. 하지만 감독은 이들이 쉽게 절망에 휩쓸리게 두지 않는다. 주인공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서로의 상처를 돌봐주며 다시 힘을 얻고, 그 힘을 통해 내일을 꿈꾼다. <사랑은 소설처럼>의 미덕도 여기에 있다. 이 영화는 인물들의 좌절이나 히스테리를 자극적으로 묘사하는 대신 누군가 냉장고 문에 붙인 편지를 가만히 보여주는 쪽을 택한다. 익숙한 에피소드들을 단순히 나열하듯 늘어놓은 점이나 개별적 문제를 모두 ‘가족’이란 이름으로 덮어버리는 건 아쉬움을 남기지만 <사랑은 소설처럼>은 상처를 가진 사람들에게 피난처(refuge)의 역할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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