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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화려했던 삶의 이면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

은막 뒤, 생애 마지막 작품을 끝낸 금발의 여배우가 스탭들의 환호를 받으며 스튜디오를 빠져나간다. 슬로모션으로 찍힌 그녀의 뒷모습이 그레이스 켈리(니콜 키드먼)의 가장 화려했던 나날로 관객을 유인하는 듯하다. 그렇게 시작되는 이 영화는 세 단락으로 나뉜다. 초반부의 그녀는 아직 할리우드의 추억에 젖어 있다. 수동적인 왕비 역할에 대한 불만을 떨치고자 히치콕의 신작 출연 제안을 받아들이기도 한다. 하지만 프랑스의 경제 조치로 나라와 남편이 위기에 빠지자 왕비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기로 하는데, 그 전환기가 중반부에 해당한다. 후반부에는 왕비란 배역을 능숙히 연기할 수 있게 된 그녀가 모나코를 구해내면서 세기의 왕비로 거듭나는 과정이 담겨 있다.

올리비에 다한 감독은 이미 <라비앙 로즈>(2007)로 유명 인물의 굴곡진 삶을 무난한 드라마로 옮겨내는 데 나름의 재주가 있음을 증명한 바 있다. 그리고 올해 칸영화제 개막작으로 화제를 모은 이 작품에서도 일정 수준의 스토리텔링으로 그레이스 켈리의 화려했던 삶의 이면을 들춰내려 한다. 다만 그러기 위해 그녀가 강력한 의지를 발휘하여 자기통합과 신분상승을 동시에 이루어낸 극복의 시기를 선택한 것이 이 영화의 색다른 점이다. 그레이스 켈리를 모델로 한 자기계발서를 읽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면 과언일까. 이미 많은 부와 명예를 소유한 여배우가 주변의 편견을 딛고 유럽 왕실의 질서를 내면화하여 끝내 세계 최상류층 인사들의 존중을 받는 진정한 모나코 왕비이자 충실한 아내 겸 어머니로 부상하게 된다는 궁극의 신데렐라 신화. 그것이 이 드라마의 가장 유혹적인 무기라 할 수 있다.

그 무기가 어떤 관객에겐 모순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제 삶이 동화 같다는 생각 자체가 동화예요.” 오프닝 신에 등장하는 그레이스 켈리의 인용문은 그녀의 삶이 동화 같지만은 않았음을 보여주겠단 의도의 표현으로 여겨지지만, 정작 영화의 곳곳에서는 그녀의 삶을 널리 알려져 있는 그대로의 동화로 남겨두고 싶어 한 흔적이 감지된다. 서사 외에, 니콜 키드먼의 얼굴과 모나코 풍경을 빛바랜 영화처럼 보얗고 은은하게 촬영한 방식이나 진부할 정도로 겉보기의 모방에 충실한 캐스팅과 미술에도 고답적인 구석이 있다. 니콜 키드먼의 귀띔대로 한 여자, 한 예술가, 한 인간의 “허약함과 인간성”을 깊게 파고든 작품을 기대했다면 다소 아쉽게 느낄 평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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