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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ash on] 평론보다 연출이 더 행복하다
이주현 사진 최성열 2014-06-26

<프랑스인 김명실> 이지현 감독

2008년 <씨네21> 영화평론상에 당선돼 글을 쓰기 시작한 이지현 영화평론가가 다큐멘터리를 완성했다. <프랑스인 김명실>은 그녀가 프랑스 캉에서 유학 시절 만난 프랑스인 화가 친구 ‘쎄실’, 즉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곧 프랑스로 입양된 김명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지현 감독은 노랑머리 부모를 둔 까만 머리 소녀의 사연을 구구절절 들려주는 대신 쎄실의 평범한 날들을 조심스레 기록한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5년 동안 이 영화를 붙들고 있었던 이지현 평론가에게, 이지현 ‘감독’으로 만나고 싶다고 전화를 걸었다.

-감독이란 호칭이 그리도 어색한가. =단편을 찍긴 했지만 그땐 스스로 감독이란 자각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캉에서 영화 공부하던 당시 쎄실을 만났다. 첫 만남 당시 쎄실은 온전히 ‘프랑스인’으로 다가왔나. =2004년 겨울 즈음 캉의 시네마테크에서 일하던 쎄실의 남자친구를 알게 됐다. 당시 캉 지역에 한국인 유학생이 나 혼자였을 거다. 그래서 자신의 여자친구를 소개해주겠다고 했고, 그 뒤로 프랑스어 도움을 받으면서 쎄실과 친해졌다. 프랑스어 실력이 미숙하다 보니 쎄실은 내게 프랑스인 친구로 다가왔다. 입양인이라는 건 그녀의 여러 캐릭터 중 하나였다. 한국으로 돌아오던 날 쎄실이 자신의 해성보육원 입양 서류를 전해줬는데, 그때 이 친구가 입양인이라는 걸 또렷이 느꼈던 것 같다.

-쎄실의 이야기에 집중하던 영화는 한국의 입양 문제 전반으로 이야기를 확장한다. =영화의 시작은 쎄실이었다. 영화 찍겠다고 덤벼들 당시엔 (쎄실의 친부모를) 본격적으로 찾으면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막연히 했던 것 같다. 쎄실이 입양 관련 서류를 많이 가지고 있었고, 서류에 남아 있는 흔적이 힌트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고, 영화에 담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 과정에서 내가 보고 느낀 보편적 입양에 관한 생각들이 영화에 들어가게 됐다.

-다큐멘터리를 찍고 싶다고 했을 때 쎄실의 반응은 어땠나. =다큐멘터리 작업하면서 어려웠던 게, 이게 내 이야기였다면 끄집어내고 싶은 것을 다 끄집어낼 수 있었을 텐데 그럴 수가 없다는 거였다. 한번은 프랑스에서 촬영하는데 쎄실이 이렇게 말했다. “너는 내가 울길 바라니?” 쎄실은 상처받았던 과거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는 합의하에 이 작업에 참여했는데, 내가 또 너무 일상적인 것들만 찍고 있으니까 그런 말을 했던 것 같다.

-말한 것처럼, 이 영화엔 일종의 동행자로서 연출자가 쎄실의 옆에 서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입양아로 자라며 겪은 쎄실의 아픔은 직접적으로 말해지지 않는다. 쎄실과의 관계를 고려한 탓인지 연출자가 적극적으로 질문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았다. =친구 관계를 깨고 싶지 않았던 건지도. (웃음) 그런 생각은 있었다. 쎄실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영화에 들어갔으면 하는 게 연출자의 욕심이라면, 그걸 보여주지 않으려는 것도 입양인으로서 쎄실의 캐릭터라고. 쎄실은 간접적으로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 보이고 있고, 그걸 잘 설명하는 게 내 일이라고 판단했다.

-글쓰기와 영화 연출, 그 매력은 어떻게 다른가. =<프랑스인 김명실> 개봉을 앞두고 <씨네21>에서 원고 청탁을 받았는데 당분간 글을 못 쓰겠다는 뉘앙스로 말씀드렸다. 그러고서 2주쯤 뒤 다시 원고 청탁이 들어왔는데 안도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웃음) 영화감독이 되는 것은 오랫동안 꿈꿔온 일이다. 영화감독이 되려고 영화를 공부했고, 영화 연출과 가장 가까운 일이 평론이란 생각에 글을 쓰게 됐다. 지금은 잘 쓰든 못 쓰든 글쓰기가 편해졌는데, 영화 작업 할 때가 더 행복한 건 분명하다. <프랑스인 김명실> 하면서는 극영화 연출에 대한 욕심이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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