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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스코프] 이상우 감독 <스피드> 촬영현장
정지혜 사진 백종헌 2014-06-27

서원이 백혈병에 걸린 사실을 알고 그를 위로하기 위해 세 친구가 병원에 모였다. “몇달 못 산다”라는 친구에게 어떤 말로 위로를, 용기를 줘야 할까. 세 친구가 각자 감정을 잡고 있다.

“대성아, 대사 맞춰보자!” 거침없는 맏형 서준영(가운데)이 동생들을 불러모은다. 아픈 서원을 만나고 올라온 병원 옥상에서 세 사람이 먹먹해하며 서울 하늘을 바라본다.

“대성 좀더 들어가고, 추원이는 좀 빼자.” 김민수 촬영감독이 옥상 난간에 기대선 세 인물의 동선을 계속 확인한다. 인물이 겹쳐 보이지 않게 하려나 보다 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스피드>는 주인공들이 계속 개입해 들어가는 영화다. 대성과 구림이 대립하면 추원이 끼어들어 중재하는 식이라 동선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어제 2시간밖에 못 잤다는, 링거 투혼 중이라는 이상우(오른쪽) 감독은 한시도 대본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그는 촬영 중간중간 배우들에게 “이 대사를 좀더 맛깔나게 살려달라”고 이야기하기 바쁘다. 그런 감독이 신기한 듯 뚫어져라 쳐다보는 배우 백성현.

싸움질로 병원을 찾은 구림과 백혈병으로 병원에 입원한 서원이 우연히 병원 복도에서 만났다. 서원이 아직 친구들에게 자신의 병을 알리지 않은 터라 두 사람 모두 이 만남이 당황스럽다.

<아버지는 개다>(2010), <엄마는 창녀다>(2011)와 같은 ‘기괴한’ 가족극을 만들어냈던 이상우 감독이 청춘영화를 만든다? 작품마다 가난과 폭력, 비틀린 성적관계를 빠지지 않고 등장시킨 이상우 감독답게 그의 청춘물의 수위는 꽤나 높다. 일단 등장인물들부터 범상치 않다. 과거의 사랑에서 헤어나지 못한 추원(서준영)은 트럭을 집 삼아 홍대 바닥을 전전한다. 한때 잘나갔던 한류스타 구림(백성현)은 마약에 절어 바닥을 치고 있다. 섹스 중독자에 엄마뻘 되는 애인을 사랑한다는 대성(최태환)은 또 어떤가. 백혈병에 걸린 서울대 출신 범생 서원(변준석)은 가난 때문에 제 몸을 파는 은애(신서현)를 사랑한다. “과거에 얽매여 앞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는” <스피드>의 안타까운 청춘들이다.

<스피드>의 9회차 촬영이 있던 지난 6월18일 밤, 서울 금천구의 한 병원 세트장에 주인공들이 모두 모였다. 서원의 병문안을 온 세 친구가 애처 태연한 척 서원을 위로하는 장면이다. 병원 소품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스탭들에게 이상우 감독은 되레 “그냥, 가자”라며 빠르게 현장을 진두지휘해나간다. “앞으로 가려면 스피드가 필요하다. <스피드>의 인물들도 질주하다보면 새로운 일과 만나지 않겠나”라면서. 6월 28일 크랭크업을 목표로 <스피드>는 맹렬히 속도를 높이고 있다. 파격 청춘극이 어떻게 끝맺는지는 올해 하반기에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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