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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ash on] “본질을 건드리고 싶었다”
송경원 사진 최성열 2014-07-03

<영화이미지학> 낸 김호영 교수

농담 반 진담 반 요즘 누가 영화책 사보느냐는 말을 듣는다. 더구나 이렇게 두껍고 어려운 책이면 두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영화학 공부를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좀처럼 책을 덮지 못할 것이다. <영화이미지학>은 난잡하게 흩어진 영화이론을 ‘영화이미지’라는 새로운 뼈대 위에 재정리한다. 단순한 번역이 아니라 독자적인 개념을 통해 영화이론의 중심을 잡아주는 드문 책이다. <영화 속의 얼굴> 등 그간 꾸준히 영화이론서 번역을 해온 김호영 교수(한양대학교 프랑스언어문화학과)의 오랜 연구의 결실이다. 영화책 읽지 않는 시대에 읽어야 할 책을 낸 그에게 그 뚝심의 이유에 대해 물었다.

-<영화이미지학>이란 제목은 익숙하면서도 생소하다. =영화 속 이미지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를 하는 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구태의연하고 재미없는 제목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의도적으로 이렇게 지었다. 영화서사학, 영화정신분석학, 영화기호학 등 다양한 영화이론이 있지만 이들은 각각 서사학, 정신분석학, 기호학 등 다른 학문을 중심으로 영화를 이용한다. 최근엔 이미지라는 말이 다소 모호하고 방만하게 쓰이고 있지만 영화에서 이미지란 본질적인 것이다. 영화이미지학은 ‘영화이미지’라는 중층적인 개념, 그 근본과 독자성에 대해 탐구하고 질문을 던지는 작업이다.

-이미지에 대한 여러 이론가들의 탐구를 정리하고 있는데 얼핏 봐도 쉬운 작업이 아니다. =기획은 7, 8년 전부터 했고 본격적인 집필은 5년 정도 걸렸다. 이론가마다 각기 다른 호흡과 스타일이 있어 각각의 챕터를 쓸 때마다 새롭게 공부하고 감각을 다시 익혀야 했다. 교수로서 학교에서의 할 일 외에 남는 시간은 모두 투자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엡슈테인, 파솔리니, 들뢰즈 등 많은 이론가를 다뤘지만 그래도 미처 다루지 못해 아쉬운 사람이 있는지. =통시적인 연구가 필요한 책이지만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중요한 몇 사람이 빠졌다. 제일 아쉬운 사람은 앙드레 바쟁이다. 바쟁에 대해선 따로 준비하던 책이 있을 정도로 파고들었다. 에이젠슈테인에 관한 연구도 시간이 촉박해 이번엔 미처 다 보지 못했다. 중요한 사람 몇명을 추가해 상하권으로 된 개정판을 낼 예정이다.

-불문학 박사를 딴 뒤에 자크 오몽 밑에서 영화학 박사를 또 취득했다. =주위에선 비효율적이라고들 한다. 하나만 확실히 하라고. (웃음) 사실 불문과를 나온 후에 영화공부를 하고 싶어 프랑스로 유학을 갔다. 바로 영화 석사로 들어갈 줄 알았는데 쉽지 않았다. 파리8대학에서 문학박사를 마치고 귀국했는데 계속 미련이 남더라. 결국 프랑스를 왔다갔다 하면서 영화학 박사까지 마쳤다. 우회해서 영화로 다시 돌아온 셈인데 문학이 영화공부에 방해된 적은 한번도 없다.

-처음부터 영화이론을 하고 싶었던 건가. =영화를 꿈꾸는 모든 이와 마찬가지로 꿈은 영화를 만드는 거였다. 학창 시절에 단편작업에도 참여했지만 영화를 더 알기 위해 공부를 하고 싶었고, 그게 내게 어울리는 길 같다. 물론 기회가 되면 언젠가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지금은 책이 마무리돼 시간은 있는데 아이디어가 없다. 하고는 싶은데… 아마 무리겠지. (웃음)

-한국에서 영화학을 한다는 것, 영화 관련 책을 낸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최근엔 다양성영화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다양성이 부족하다. 영화학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지류들이 있는데 몇개의 이론으로 좁혀져 도돌이표를 찍고 있다. 유행도 많이 타고 관심도 부족하고. 영화이미지학을 강조한 건 그것이 영화의 본질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왜 재미도 없는 책을 이렇게 어렵게 이야기하고 있나 하는 회의도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성찰의 목소리가 필요한 시점이기에 좀 다른 움직임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사명감까진 아니더라도 그런 만족과 위안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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