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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ash on] 한계상황이야말로 상상력의 출발선
송경원 2014-07-10

<더 시그널> 윌리엄 유뱅크 감독

때론 ‘무엇을’ 상상하는지보다 ‘어떻게’ 표현할지가 더 중요하다. <더 시그널>은 데뷔작 <LOVE>를 통해 독창적인 세계관을 선보인 윌리엄 유뱅크 감독이 한층 다듬어진 상상력으로 그려낸 충격과 반전의 SF영화다. 외계인 납치, 미 공군과 NASA의 비밀 실험기지 등 여러 SF영화들이 깔아둔 장치를 여전히 사용하지만 그 표현 방식에는 이전에 접하지 못했던 참신함이 깃들어 있다. 올해 선댄스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은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그의 차기작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외계인과 우주는 흥미를 끄는 소재지만 한편으론 익숙하다. 어떤 지점에서 차별을 두려고 했나. =외계인이나 우주가 핵심은 아니다. 그보다는 어딘가에 갇혀서 빠져나올 수 없는, 그리고 그곳에서 빠져나갈 길을 찾고자 하는 젊음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 문제는 그들이 나가는 길이라고 생각했던 곳에도 사실은 출구가 없다는 점이다. 그게 이 영화의 출발점이다.

-첫 영화 <LOVE>에서도 우주정거장에 갇힌 우주비행사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굳이 우주를 배경으로 소통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우주야말로 그런 주제를 표현하는 데 적합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절대적인 고독감과 그럼에도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확신은 그야말로 우주적인 소재다. 우주는 우리에게 거대한 무대와 상상할 수 있는 자유를 제공한다. 우주, 외계인 등으로 대표되는 SF 장르에는 사람들의 조그마한 생각을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해주는 힘이 있다.

-닉(브랜턴 스웨이츠)과 헤일리(올리비아 쿡)의 추억을 보여주는 전반부가 오히려 후반의 특수효과보다 감각적이다. =고마운 말이다. 젊은이들의 사랑은 언제나 풍부하고 화려하며 생동감 넘친다. 생기 넘치고 컬러풀한 장면이 후반부 그들이 처하는 곤경과 대비를 이루길 바랐다. 닉과 헤일리가 감금된 연구실은 오래된 NASA 기지나 공군 시설을 모티브로 했다. 그 안에 첨단기술을 갖추고 있지만 복도는 오래되고 낡았을 수도 있다. 최첨단이라고 해서 언제나 모든 것을 새로 디자인해야 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클라이맥스를 비롯한 액션장면에서 슬로모션을 많이 쓰는 편이다. =제작비가 총 400만달러 정도 들었는데 대부분이 헬리콥터 대여료와 3D로 된 인공다리 제작에 쓰였다. 다수의 카메라를 쓸 여력이 없던 상황에서 슬로모션은 거대한 느낌을 줄 수 있는 좋은 옵션이었다. 감정적인 무게를 표현하기 효과적인 수단이기도 하다.

-<LOVE>는 예산이 50만달러에 불과했다. 그때는 집 뒤뜰에 우주정거장 세트를 짓고 직접 촬영까지 했다고 들었다. 그에 비하면 비약적인 제작비 상승인데. =물론이다. 그래도 저예산인 건 변함없다. 제작비는 많은 부분에 영향을 주기 마련이지만 나는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발휘되는 창의력이야말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건이 열악할수록 상황을 타개할 해결책을 찾기 위해 스스로를 몰아붙인다. 그러다 보면 종종 힘든 조건에서 더 강력하고 나은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이제까지의 영화도 익숙하고 유사한 주제를 다루지만 한계 안에서 찾아낸 각기 다른 방법으로 표현해냈다. 그게 작품의 개성이라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모호한 부분이 많은데 특별히 설명하진 않는다. =우선, 사람들이 그저 이 이야기를 즐길 수 있었으면 한다. 영화를 더 깊게 이해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의문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런 관객이 주인공 닉처럼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 영화 곳곳을 탐색할 수도 있다. 만약 무언가 단서가 될 만한 요소를 발견했다면 각자 자신의 방식대로 해석하고 이해하기를 바란다. 관객이 이 미스터리를 즐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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